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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인정된 기사라도 「진실근거」있으면 책임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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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보도기관이 보도한 기사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 하더라도 보도기관으로서 진실이라고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그 보도행위에 따른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언론기본법 제정이후 시비의 대상이 되는 기자의 취재보도활동에 있어서 주의의무의 한계및 명예훼손과 민사책임의 한계를 규정한 첫판결로 주목된다.
서울민사지법 합의8부(재판장 김종화부장판사)는 지난11일 한국심신장애자 선도선교협의회 대표 이의향씨(여·서울신길7동1367의1)가 모 일간지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보도기관이라고 해서 취재활동에 관해 특별한 조사권한이 주어져 있는것도 아니고 또보도에 요구되는 신속성을 감안할때 취재근거에 대한 고도의 확실성을 요구할수는 없다』고제, 『때문에 개인의 명예침해에 대한 책임을 추구하는데 급급하면 보도기관을 위축시켜 민주정치의 지주가 되는 보도의 자유를 해치게된다』며 원고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81년7월 한국심신장애자 선도선교협의회를 설립, 회장직을 맡아온 원고이씨는 장애자들의희망에 따라 매듭·표구등 자활기술을 무료로 가르쳐 취업기회를 마련해 준다고 홍보했으나강의준비가 제대로 안돼 일부과목에 대해서만 무료봉사를 자원하는 강사등에 의해 며칠동안진행시켰다는 것.
그 후 82년5월 입회비 명목으로 5천∼1만원씩 낸 30여명의 회원들이 현의회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이고 회장인 원고이씨를 서울종로경찰서에 고소하자 당시 취재기자가 농성현장에서장애자들의 주장을 들은뒤 이를 확인키위해 이씨집등으로 여러차레 연락했으나 접촉이 되지않아 『불구도 서러운데 장애자 기술 가르쳐준다며 회비착복』이란 제목으로 농성장면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원고이씨는 2개월후인 82년7월 『당시의 기사는 사실과 다른 잘못된것이며 이로인해 침해당한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주장, 『사과문게재와 함께 배상금 10억원을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문기사에 의한 명예훼손 성립여부는기사의 정확한 내용외에도 독자에게 주는 인상도 판단기준이 되기때문에 본문기사의 내용외에 제목·기사배치·활자의 크기·사진의유무·본문의 길이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하므로당시의 기사는 원고이씨가 마치 회비를 착복했다는 단정적인 인상을 주어 명예및 신용이현저하게 훼손됐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문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라도 기사를 게재하는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것이고 진실성이 증명되는 한 위법성이 없으며 실사 기사의 진실성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그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은데 관해 상당한 이유가 있는경우에도 불법행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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