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특혜관세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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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정부는 오는 4월부터 1년간 적용할 84년도 일반특혜관세 제도운용 계획에서 20개에 달하는 한국상품에 대해 수혜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우리는 이미 이 제도가 점진적 축소의 방향으로 운영되어온 점과 한국상품도 여타 개발도상국의 그것과 함께 수혜의 폭이 줄어둘 것으로 짐작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미국정부 결정은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이고 실망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첫째는 무엇보다도 이 제도가 금년말로 시한이 끝나고 내년부터 새로운 체계의 GSP연장을 위한 법안이 의회에 제출돼 있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진 바로는 새 연장안은 현행제도에 비해 수혜요건을 대폭 제한하고 신흥공업국들을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이른바 졸업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GSP제도의 대폭축소를 기정사실로 밀고 있는 미국이 굳이 마지막 해의 대 개도국 수혜마저 큰 폭으로 제한하려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더우기 한국의 경우 공산품 수출의 대종을 이루는 컬러TV 덤핑판정에 따른 심각한 충격파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시점에서 주요 대미수출품에 대한 관세혜택의 정지는 이중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조치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포괄적인 결정이고 피해의 정도가 경쟁국인 대만·홍콩·멕시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은 하나의 위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개도국 총체적으로 볼 때 이번의 수혜제외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될 개도국의 수출상품 비중이 2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은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같은 대량의 개도국 수출이 이번 조치로 인해 타격을 입을 경우 3년여의 장기불황 끝에 회복의 국면으로 반전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활력을 잠식할지도 모른다. 특히 미국의 대 개도국 수출이 총 수출의 10%를 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대미수출이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닌 호혜적 무역순환으로 이어져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더우기 미국의 이 특혜관세 혜택을 입고 미국에 수입된 물량은 총수입의 10%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임을 고려할 때 GSP제도는 미국산업에 끼치는 역기능보다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순기능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제도의 기능을 과소평가하거나 피해의식에 젖어 축소 운영하려는 자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세계무역이 보호주의의 큰 물결에 휩쓸리고 호혜적 공동이익보다 자국산업보호에 치중하려는 일반적 경향을 외면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이같은 GSP축소내지 철회추세를 직시하고 우리나름의 장기적 대응전략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시급한 문제는 올해의 특혜제외보다 내년부터 발효될 새 제도에서 한국이 특별한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우리의 현실을 주지시키고 동원 가능한 여러 협상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특혜 없이도 경쟁할 수 있는 여러 측면의 경쟁력 강화수단을 강구하고 새 상품과 기술개발에 더욱 주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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