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수리 한국에서 알 낳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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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의 서식지는 몽골이다. 이 곳에서만 알을 낳고 번식한다. 그런데 한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가 몽골로 돌아가지 못한 독수리 한 쌍이 알을 낳았다.

독수리가 산란한 것은 지난 13일 오후 4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 감악산 기슭에 있는 독수리 보호시설인 ‘조류방사장’에서다.

이 곳은 날개 등을 다쳐 날지 못하는 독수리 40마리를 보호하는 시설이다. 비가림막을 설치한 구석진 곳에 알을 낳았다. 이곳에는 조류보호협회가 산란에 대비해 흙을 50㎝ 높이로 돋우고 고라니털을 깔아 바닥을 푹신하게 해뒀다.

알을 낳은 암컷 독수리는 온종일 알을 품고 앉아 있다. 간간히 일어나 알을 굴린 뒤 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옆에서는 수컷 한 마리가 주위를 경계하며 함께 머물고 있다.

다른 독수리가 접근하면 날개를 퍼덕여 이내 쫓아낸다. 독수리 부부는 틈틈이 서로 얼굴을 부비며 애정을 나눈다. 암컷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수컷이 알을 대신 품거나 알을 지킨다.

독수리 부부는 날개를 다쳐 10여년 전부터 방사장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 암컷은 2011년 5월 가로 6㎝, 세로 4㎝, 높이 3㎝ 크기의 돌멩이 한 개를 알처럼 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갑수(62)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독수리가 부화에 성공하길 기대한다”면서도 “주변 도로공사 현장의 소음으로 인해 독수리가 놀라 부화에 실패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협회 측은 번식 성공을 돕기 위해 관람객들의 방사장 출입을 금지시킨 채 폐쇄회로TV(CCTV)로 24시간 독수리를 관찰하고 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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