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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정·관계 인사 만난 비망록 남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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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04년부터 11년간 정·관계 고위 인사 면담 날짜와 시간, 장소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비망록(‘성완종 다이어리’)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비망록 안에는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과 만나 식사한 기록들이 포함돼 있다. 본지는 13일 비망록 원본 가운데 2012년 4월부터 2013년 말까지 약 2년치 접견기록 일부 내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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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비망록은 가로 두 줄, 세로 일곱 줄의 달력 양식으로 돼 있고, A4 한 장에 2주일치씩 40여 페이지 분량이다. 비망록은 성 전 회장의 측근이 보관하고 있다. 이 측근은 검찰이 요청할 경우 비망록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등 여야 정치인과 정부·공기업·언론계 인사들과의 만남, 국회 상임위, 출판기념회, 지역구 행사 등 일정이 빼곡히 기록돼 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2년 11월 16일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공식 합당하기 이전부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과의 만남(같은 해 6월 21일 당시 유정복 의원, 9월 7일 정갑윤 의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 전 회장은 합당 당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에 공식 임명됐다. 같은 날 낮 12시 성 전 회장은 서울 여의도 일식당에서 이병기 당시 여의도연구소 고문과 오찬을 함께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2013년 3월에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홍문종 의원과 함께 기독교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성 전 회장은 이해찬·김한길 전 대표 등 새정치연합 인사들과도 교류했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2012년 6월 15일 충청권 명사 모임인 ‘백소회’가 주최한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 당선 축하 모임에 참석했다. 김한길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는 같은 해 10월 4일 국민일보 빌딩 양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한 데 이어 2013년 4월 27일 롯데호텔 일식당에서 조찬을 함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망록에는 조석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 등 공기업 사장과의 면담 일정도 적혀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2012년 10월 30일 반 총장의 국회 연설 후 의원단 공식 오찬에 참석했다고 나와 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4월 총선에서 선진통일당 국회의원(서산-태안)으로 당선돼 같은 해 11월 새누리당과 합당할 때까지 원내대표를 지냈다. 또 그가 2014년 6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을 때까지 2년여간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성 전 회장과 만났다는 것만으로 금품 로비와 관련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김한길 의원 측은 “김 의원의 일정을 확인한 결과 2013년 4월 27일 조찬은 민주당 소속 인천시당 당직자ㆍ구청장 등과 인천 계양구의 설렁탕 집에서 조찬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백민정·이유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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