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과 눈맞춤, 닫힌 마음도 열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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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1일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동물친구교실에서 청소년들이 강아지·고양이·토끼·기니피그 등 애완동물을 어루만지며 친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3동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동물친구교실’.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강아지·고양이·토끼·기니피그 등 애완동물들을 신기한 듯 어루만지고 있다. 아토·마루 등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기도 한다. 강사가 애완동물의 습성과 쉽게 친해지는 방법 등을 설명할 때도 꼭 껴안거나 등을 쓰다듬는 등 애정 표현에 여념이 없다.

 강좌에 참여한 배성신(20·대학 1년)씨는 “예전엔 개가 근처에만 와도 무서워서 피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마음도 한결 평화로워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애완동물을 매개로 한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과 인성교육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물과 친구 되기를 통해 사회성을 길러주는 강좌가 새로운 인성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되면서다.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동물매개치료센터가 2012년부터 4년째 개설 중인 동물친구교실이 대표적이다. 주말엔 센터 에서, 주중엔 초·중·고교를 직접 방문해 교실을 운영한다. 그동안 50여 개 학교에서 500여 강좌가 진행됐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엔 수도권 내 각급 학교에서 방과 후 교실 개설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김복택(41·애완동물학부) 교수는 “자신밖에 모르던 중고생들이 동물과 친해지면서 약자를 보호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고 협동심도 터득하곤 한다”며 “자녀들의 인성이 변하는 모습을 목격한 학부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실제로 동물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하면 사회성과 책임감이 높아지고 정서가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시 덕도초등학교도 지난 겨울방학 때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효과를 봤다. 1∼2학년생들이 3차례에 걸쳐 총 6시간의 교육을 받았다. 정민경(36·여) 교사는 “소극적이거나 말수가 적던 아이들이 강아지·고양이와 친구가 돼 놀면서 활달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고 말했다. 반응이 좋자 학교 측은 올 여름방학에도 동물친구교실을 열 예정이다.

 치료센터는 동물친구교실의 영역을 ‘동물 매개 치료’까지 넓혀가고 있다. 병원과 장애인 시설, 노인 요양원 등을 방문해 우울증이나 따돌림 등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장애인과 노인들을 치료해주고 있다.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위해 노인복지관도 자주 찾는다.

 진미령(33·여) 동물친구교실 강사는 “강아지나 고양이와 친구가 된 뒤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노인과 어린이들이 적잖다”며 “애완동물은 귀여운 친구일 뿐 아니라 사람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반려자 역할까지 해낸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지난 12일부터 ‘우리 개가 달라졌어요’라는 주제로 여는 ‘반려동물 문화교실’에도 주민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이 교실은 매주 일요일 성남시 수내동 중앙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에서 애완견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린다. 이름 인식 부터 불러들이기, 인사하기, 눈 맞추기 등 다양한 소통법을 가르친다. 애완견의 사회화 적응 훈련도 빼놓을 수 없는 교육 코스다. 반려견 교육 전문가 4명도 재능기부로 힘을 보태고 나섰다.

 성남시는 “가족의 일원인 애완견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통해 주민과 애완견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교실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주민들 호응이 이어질 경우 문화교실을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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