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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올림픽 앞두고 수렁대는 거리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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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4년 올림픽이 올 7월로 다가오자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의 흥분과 기대가·차츰 고조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1백 50개국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이벤트가 자기 고장에서 벌어진다는데 대한 자부심으로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인들은 이번 올림픽 때 단단히 한몫 볼 수 있을 것으로 벌써부터 별러 왔다.
이번 올림픽으로 남캘리포니아에 떨어질 경제 효과는 33억 달러에 달할 것 이러고 한 경제연구기관이 분석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33억 달러 중에서 10억달러는 어떠한 형태든 현찰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돈벌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10억 달러의 「떡고물」 만 묻혀도 큰 벌이가 되겠다고 군침을 흘릴 만하다.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인 로스앤젤레스 미머리얼 콜러시엄으로부터 서북쪽 5마일, 다운타운으로부터는 서쪽으로 3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로스앤젤레스 한국타운은 지리적으로도 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이기 쉬운 위치에 있다.

<88년 서울 개최로 관심>
더구나 한국이 다음 88년 올림픽의 개최국이기 때문에 교포들 모두가 올림픽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있다.
시민들의 세금부담 없이 기존 시설을 최대한으로 활용키로 한 이번 올림픽은 눈으로 보이는 큰 준비는 별로 없는 편이다. 모두 2개밖에 없는 신축 경기장인 수영장과 사이클 경기장은 이미 완공됐고 메인 스타디움의 마지막 잔손질 정도만 끝나면 경기장은 더 손볼게 없다.
LA시의 예산으로 올림픽 개최에 맞춰 앞당겨 착공한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국제선 터미널 신축 공사도 5월이면 끝난다. LA 시민과 LA 방문객들을 2년 동안 불편하게 했지만 8천 7백만 달러를 들인 이 터미널이 완공되면 피크타임에는 l시간에 6천명 내지 7천명의 승객을 통관시켜 올림픽에 몰릴 관광객 처리를 훨씬 부드럽게 할 것이라고. 그러나 이렇게 돼도 전세 비행기로 오는 사람들은 LA국제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LA 근교 롱비치나 온타리오공항을 이용해야할 형편이다.
그밖에는 숙소·교통·경비·경기진행 등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들로 LA 올림픽 조직위와 관계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고 현재까지는 차질없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에 들어서는 「톰·브래들리」로스앤젤레스 시장이 호텔들의 숙박료를 84년 1월 1일 수준으로 동결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는 바람에 이에 반발하는 호텔업자들과 공방전이 벌어져 올림픽이 박두했음을 더욱 실감케 하고 있다.
20만명의 한인이 사는 로스앤절레스의 한인 사회는 올림픽이 이곳에서 열리고 한국선수단과 관광단이 대규모로 올텐데 교포들이 단합된 힘을 보이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보도록 뒷바라지를 해야할 게 아니냐고 해서 각 단체들이 힘을 합쳐 재미 한인 올림픽후원회(회장 이인원·47·아폴로 코퍼레이션 대표)를 발족시켰다.
후원회는 모금파티·모금 공연과 기부금 등으로 기금을 확보해 선수단의 환영, 교통편·응원, 그리고 관계자들의 민박 등도 알선키로 했다. 후원회는 한글로 된 지도와 안내책자를 2만부 발행해 공항에서 한국인들에게 배부하고 응원을 위한 태극부채 5만개를 만들어 한국 선수들이 뒤는 경기장에서 교포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나눠줘 스탠드에 태극물결이 일도록 한다는 것. 도 응원단용 입장권은 3차 판매 때 최대한으로 확보했다가 동원되는 응원단에 무료배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음식 등 서울과 똑같아>
이번 올림픽에 파견될 한국 선수들은 비행기만 11시간 정도타서 시차를 좀 느낄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대회 때와는 달리 조금도 불편을 느낄 필요가 없다.
로스앤젤레스의 한국타운은 서울 특별시 나성구라고 불려질 만큼 서울과 똑 같다.
선수들에게 통력이나 길안내를 해줄 동포는 너무 많이 살고 있고 친척이나 친지 한두명씩은 모두 LA에 살고 있을 것이며 특히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해 줄 음식은 서울과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보신탕만 빼놓으면 서울에는 어씨고 LA에는 없는 음식은 없다. 그런 이유로 선수들이 『음식이 안맞아서 성적을 못냈다』는 소리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이 차기 올림픽의 개최국이기 때문에 선수단 이외에도 많은 부문의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라고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또 올림픽과는 관계없는 친척 방문·친지 초청의 해외 여행자들도 덩달아 「이왕이면 올림픽도 구경할 겸」때를 맞춰 줄을 일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바람에 신나는 곳은 한국타운의 각종 업소들이다. 작년부터 생겼다 하면 식당, 늘었다 하면 여행사인 실정이다.
앞으로 5월 정도까지 몇십개의 업소가 새로 더 오픈할지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우선 가장 확실하게 한 몫 볼 곳은 식당들이다. 선수들의 컨대션 조절을 위해서도 그렇고 관광단들도 한식을 먹어야 기운을 차리기 때문이다.

<태극부채 5만개 준비>
사방 2마일 남짓한 한국타운 안에 1백50개 정도의 한국식당이 있지만 올림픽기간에는 테이블이 모자라 손님을 더 받지 못할 정도로 붐빌 것이 예상되고 있다. 식당에는 「때」에만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단단히 자리예약을 해 놓거나 때가 아닐 대 찾아가지 않으면 밥 한그릇 먹기 위해서 30분∼1시간씩 기다려야 할 것이 분명하다.
올림픽 대목을 내다보고 홀 내부를 넓힐 여지가 있는 식당들은 이미 확장공사를 끝냈고 여기저기 처음 보는 식당간판들이 들어섰으며 몇몇 신규업소들은 봄까지는 개업을 서두르고 있다.
『꼭 올림픽을 바라고 문을 여는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시작할 것이라면 올림픽 전에 개업하는 것이 시기라고 본 것이죠. 개업 첫해에 궤도에 올려놓으면 아무래도 수얼하지 않겠읍니까.』올림픽 블러버드에서 새 식당은 준비중인 고영수씨(43)의 말이다.
그러나 올림픽 경기에 너무 기대를 걸면 안된다는 회의론자도 있다. 『소문난 잔칭 별로 먹을 게 없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겁니다. 손님이야 붐비겠지만 회전이 빨라야지요. 바쁘기만 하고 기대만큼 매상에는 차이가 없을 거에요.』큰 규모의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K씨는 올림픽 후에 올 과당경쟁도 미리 걱정하고 있다.
식당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자리가 찰 터이고 다음으로 수완에 따라 단단히 재미를 볼 수 있는 곳이 여행사들이다. 67개나 되는 한인여행사들은 선수들이나 관광단을 상대로 LA근교 명소가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마이크로버스 정도로 디즈닐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샌디에이고시월드, 조금 멀리는 라스베이가스와 그랜드캐년, 그리고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을 돌아볼 스케줄을 짜고 있다.
최근 본국의 세관검사가 까다로와져 재미를 못 본 선물센터와 양품점·전기제품판매업소 등도 올림픽기간에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수단이나 관광단이 미국에 첫 나들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에게 인기있을 품목을 대량 입하해 쌓아두고 있다.
호텔업의 경우는 비교적 규모가 큰 올림피안호텔이 객실의 70%를 LAOOC에 할당하고 나머지는 작년에 예약이 끝난 상태. 이밖에 몇 개의 조그마한 모텔들도 손님 채울 노력도 하지 않고 벌써 만원사례라고 즐거워하고 있다. 도 기존 건물을 개조하는 뉴서울호텔 등 두어개 호텔이 봄까지 개업을 목표로 단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밀어닥칠 사돈의 팔촌>
올림픽이 열릴 7월의 로스앤젤레스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릴 만큼 다가운 뙤약볕이 내리쬔다. 땀을 흘린 사람들이 사우나를 찾을 것이기 때문에 헬드클럽들도 단단히 기대를 걸고 있다. 헬드클럽들은 대부분 지압사를 두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식「때밀이」까지 생긴 곳도 있다.
이밖에 올림픽과 직접 관련이 없을 법한 업종들도 간접효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고 더구나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도 불경기 걱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마음을 놓고 있다.
상인들이 이렇게 기대에 차 있는 것과는 달리 소시민들은 올림픽이 열린다는데 대해 막연히 흥분은 되면서도 한 가닥 불안도 함께 안고 있다.
LA에 살면서도 올림픽 경기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집에서 TV로나 구격하는게 고작일텐데다가 근 한달 동안 어딜가나 교통지옥에 사람구경만해야할 게 뻔한데 차라리 LA를 벗어나는 게 상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더구나 올림픽기간에는 숙소가 모자라 집을 비워주고가면 돈까지 벌 수 있는 일거양득이라 『올림픽 때는 LA를 탈출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LA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여기에 한가지 이유가 더 붙는다. LA는 미국행 노선에 뺄 수 없는 관문이라 먼 사동의 팔촌까지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이 모두 한번씩 들러 시달림을 자주 받아온터에 올림픽 때는 또 누가 『공항 픽업을 해달라』『어디를 안내하라』할지 모르기 때문. 거기다 호텔 잡기가 하늘의 별다기일테니 십중팔구 자기집에서 잠까지 재워야 한다.
마땅히 보살펴 줘야 할 사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잘못 거절했다가는 『아무개 미국 살더니 사람 버렸더구면』하고 죽일놈이 돼 버린다.
이번 LA올림픽에 한국서는 구경하러 오고 LA서는 구경도 마다하고 모국을 방문하는 기현상이 허다하게 일어날지도 알 수 없다.
【로스앤젤레스=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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