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자살 전 '홍준표 1억 전달자' 지목한 윤씨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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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10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 육성 녹음파일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1억원을 줬다며 ‘돈 전달자’로 윤모씨를 지목했다. 성 전 회장이 이 사실을 폭로하기 직전 윤씨를 찾아가 단독 면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12일 “윤씨는 최근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성 전 회장이 당시 윤씨를 찾아간 일이 있으며, 이유는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다시 확인받기 위한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처럼 성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만 남아 있는 사례와 달리 홍 지사에 대해 성 전 회장은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 6월 께일 것”이라며 “(돈은) 윤○○를 통해 전달해 줬다”고 돈 전달자를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돈 전달자의 이름을 거론했기 때문에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착수한다면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는 1억원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고, 검찰 수사는 윤씨를 겨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윤씨가 이날 본지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성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검찰의 움직임에 앞서 내가 미리 말을 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 언행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 신의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윤씨는 자신이 지난 10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의 주장이) 틀리다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한 데 대해선 이날도 “그렇게 말한 건 사실이다. 거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해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최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성 전 회장의 외가 쪽 인척 관계에 있는 인사다. 주로 정치부 기자로 근무했던 윤씨는 2008년 언론계를 떠난 뒤 중앙대 선배인 서청원(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당시 친박연대 공동대표를 도우면서 정계에 발을 디뎠다. 윤씨는 2013년 『서청원 평전』을 내는 등 서 최고위원의 핵심 참모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새누리당 대표 경선 때도 서청원 캠프의 공보특보로 일했다. 윤씨가 2010년과 2011년 두 번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홍준표 캠프를 도왔던 것은 서 최고위원과 특별한 관련은 없다고 한다. 당시 서 최고위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수감 중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2일 “윤씨가 개인적인 인연으로 홍준표 캠프를 도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씨는 2011년엔 경남기업 고문으로 있다가 2012년 2월 경남기업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광명시장 출마를 준비했지만 여의치 않아 뜻을 접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돈을) 나한테 가져왔을 리는 없고 캠프 사람들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며 성 전 회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홍 지사는 “큰 살림을 하다 보면 전국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돈으로 도와줄 수도 있고 돈을 걷어다가 선거운동을 해 주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본인은 돈을 받지 않았지만 캠프 관계자가 돈을 받아 경선 자금 등으로 사용했을 여지는 남겨 둔 것이다. 홍 지사 측에선 윤씨가 ‘배달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홍 지사 “트위터, 욕설만 올라와 폐쇄”=‘성완종 리스트’에 ‘홍준표 1억’이라는 메모가 나온 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했던 홍 지사는 11일 페이스북에 “성완종 사건으로 어제(10일) 트위터에 욕설만 올라온다고 아들이 말해 없애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에서는 이를 증거 인멸이라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는 모양이지만 수사할 때 필요하면 복원하면 되는 걸 증거 인멸 운운하는 것을 보니 이성을 잃었나 보다”고 반박했다.

김경희·위성욱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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