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97% 되찾아준 대구 지하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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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만5655개와 1억286만원-.

하루 37만 명이 이용하는 대구 지하철 1·2호선에서 지난해 승객들이 흘린 물품과 돈이다. 이 중 1만5215개 물품과 현금 9783만원은 7일 안에 주인 품으로 돌아갔다. 지하철과 함께한 18년 된 지하철 유실물센터가 우편 등기에 택배까지 동원해 주인을 찾아나선 결과다.

 지하철에서 깜박 떨어뜨린 돈이나 물건을 되찾아주는 유실물센터가 이제 ‘지상철’에서도 활동한다. 오는 23일 개통을 앞둔 무인으로 운영하는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에서다.

 운영 방식은 좀 다르다. 지하철 유실물은 각 역에서 직원이 수거한 뒤 문서 수발 열차를 통해 다음날 1호선 반월당역에 있는 유실물센터로 옮겨진다. 이와 달리 모노레일은 무인열차다. 30곳의 역도 마찬가지다. 공사 측은 모노레일역 대합실의 ‘도우미폰’이라는 비상전화를 이용해 유실물을 수거한다. 이 전화는 칠곡차량기지의 여객관제실과 직통으로 연결된다. 시민들이 모노레일에서 습득한 유실물을 도우미폰으로 관제실에 알리면 직원이 받으러 온다.

 열차마다 배정된 1명의 안전요원과 역을 순찰하는 요원들도 열차를 다니며 유실물을 모은다. 도우미폰으로 유실물 정보를 공유하면서다. 지상에서 찾은 유실물은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옮겨져 반월당역 유실물센터로 간다.

 이렇게 도우미폰-지상-땅속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지하 유실물센터를 굳이 이용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96.8%라는 유실물센터의 높은 주인 찾아주기 성공률 때문이다. 1997년 처음 생긴 유실물센터는 지난해까지 15만5592개 유실물의 주인을 찾았다. 현금은 7억1401만원이다. 이 중 15만659개 물품과 현금 6억8596만원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줬다. 서혜진(33) 유실물센터 주임은 “주인이 지방에 있는 경우 택배를 보내고 필요하면 동 주민센터 등에 연락해 우산 하나라도 등기로 돌려준다”며 “이런 집요함이 센터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A씨는 지난해 대구 지하철 유실물센터에서 택배를 받았다. 지하철 1호선 동대구역에서 잃어버린 카드 지갑이었다. 귀중품이 아니어서 찾는 걸 포기했는데 지갑에 있던 신분증을 보고 센터에서 수소문한 것이었다. 센터는 유실물을 실시간 홈페이지(www.dtro.or.kr)에 사진과 함께 올린다. 7일간 보관하다 주인을 못 찾으면 경찰서로 보낸다.

 ◆유실물로 본 시민들의 소지품=1999년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흘린 물건은 우산이나 신분증 등 ‘기타’로 구분된 유실물이었다. 다음으로는 가방(446건)이었다. 2006년엔 전자제품(419건)이 가방(237건) 자리를 꿰찼다. 2010년과 지난해에는 전자제품이 2530건과 2160건으로 1등 유실물이었다. 서류 뭉치는 2012년 112건에서 지난해 95건으로 확 줄었다. 현금 유실물은 1999년 3078만원에서 지난해 1억286만원으로 늘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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