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실물 통계 발표하자마자 재경부서 따로 의견 내면 시장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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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재정경제부의 산하 기관인 통계청이 독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2인자인 김민경(58.여.사진) 차장의 입을 통해서다.

김 차장은 1일 "통계청이 산업활동동향이나 서비스업동향 등 실물통계를 발표한 직후에 재경부가 자체 의견을 담은 분석자료를 내는 것은 시장에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올 들어 통계청의 통계가 발표되면 이를 분석하는 별도 자료를 내왔다. 그는 "재경부가 개별 통계가 나올 때마다 별도 자료를 내기보다는 산업활동과 서비스활동 등 여러 통계를 종합 분석해 국민과 언론에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정 분야에 국한된 긍정적 통계가 나왔을 때 여기에 정부의 공식적 분석이 더해지면 국민은 경제 전반이 좋아진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게 김 차장의 의견이다. 이는 재경부의 통계분석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쪽으로 일방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일부 비판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식통계가 나오기 앞서 재경부가 전망치를 밝히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9월 말 '8월 산업활동동향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한 재경부 당국자가 "산업생산 증가율은 5~6% 수준"이라고 말한 것이 보도되고 다음날 산업생산이 6.4%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공식통계가 나왔다. 김 차장은 "통계청의 통계 작성은 독립적으로 이뤄지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36년간 통계청에서만 근무한 김 차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통계 전문가로 8월 차관청으로 승격된 통계청의 초대 차장(1급)으로 기용됐다.

이런 주장에 대해 재경부는 탐탁지 않은 모습이다. 재경부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국민이 관심을 갖는 통계가 나오면 이에 대한 분석자료를 내는 것은 재경부가 해야 할 서비스 중 하나"라며 분석자료 배포 중단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러나 "전망치를 밝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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