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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하이스코 합병 … 매출 21조로 29조 포스코 추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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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제철이 같은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한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란 비전을 달성하는 동시에 글로벌 철강사들에 밀리지 않는 덩치를 갖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현대하이스코를 흡수합병한다고 8일 공시했다. 합병비율은 1(현대제철 보통주)대 0.8577(현대하이스코 보통주)다. 합병은 현대제철이 신주를 발행해 현대하이스코 주식 1주당 현대제철 주식 0.8577주를 주주에게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합병작업은 다음달 이사회를 거쳐 7월 1일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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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은 이번 현대하이스코 인수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화두가 된 ‘자동차 경량화’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현대하이스코가 자동차용 철강재 전문업체인 까닭이다.

 동시에 미국을 비롯해 9개국, 13곳에 있는 현대하이스코의 ‘해외 스틸서비스센터(이하 SSC)’를 활용해 해외시장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간 현대제철은 중국 청도 지역에 일부 생산시설이 있을 뿐 별다른 해외 거점이 없었다. 이런 이유에서 철강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시간문제로 여겨왔다.

 사실 철강업계에서 사활을 건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장기불황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동국제강은 올해 초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고 연산 1000만t 규모의 열연 및 냉연 철강제품 제조사로 재출범했다. 특수강업체인 세아베스틸도 지난해 말 포스코특수강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현대제철은 매출액 20조9766억원 규모의 대형 철강사로 거듭나게 된다. 글로벌 철강업계 5위이자 국내 1위업체인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29조2000억원이다.

 시장도 이번 합병에 대해 긍정적이다. 이날 증시에서 현대제철 주가는 전날보다 6.06%(4500원)오른 7만8700원, 현대하이스코의 종가는 8.16%(5100원)오른 6만7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구(77)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평생 숙원이었던 대규모 종합제철소 설립의 완결로 풀이된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 “제철은 산업의 중추다. 철강 생산능력이 증대되면 기간산업 성장이 건실해져 국가경쟁력도 강화된다”고 강조했었다.

 정몽구 회장 역시 제철사업 진출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그는 강원산업(2000년)과 삼미특수강(2000년), 한보철강(2004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철강 사업의 기틀을 닦았다.

 하지만 통합 현대제철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에 대한 판매는 현대제철 매출의 30%에 달한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계열사 의존도를 낮춰야만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인하우스(in house) 제철소 같은 역할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포스코처럼 포르쉐·도요타나 BMW같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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