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억 들인 대전 영어마을, 7년 만에 문 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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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전 동구가 운영하던 국제화센터(영어마을·사진)이 문을 닫게 됐다. 대전 동구는 그동안 영어 마을 건립비와 운영비 등으로 모두 109억을 썼다.

 이호덕 대전 동구 부구청장은 지난 6일 “국제화센터 새 운영자가 나서지 않는데다 구청의 재정 형편상 직접 운영할 수 없어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화센터는 2008년 6월 동구 가오동에 문을 열었다. 전국에 영어마을 건립 바람이 불자 대전 동구까지 나서 건립을 추진했다. 당시 이장우(현 새누리당 의원) 동구청장은 지역 초등학생에게 원어민 강사가 가르치는 제대로 된 영어 교육 기회를 주자며 건립에 나섰다. 건립에는 63억원이 쓰였다. 동구가 구 예산 16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다. 여기에 운영업체인 ㈜웅진싱크빅이 47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

 동구청은 웅진씽크빅과 시설 기부 채납을 조건으로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건물을 웅진싱크빅이 지어 운영하되 소유권을 동구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 동구는 2008년 7월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그런데 웅진싱크빅 측에 건축비를 전액 지원했다. 운영비를 포함해 연간 13억~15억원씩 나눠 지급했다.

 이 때문에 대전시가 감사를 했다. 시는 “공공재산을 조건없이 기부채납하면 운영업체에 건축비를 줘서는 안된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호덕 부구청장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웅진싱크빅에 건축비를 준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결국 안 줘도 될 47억원을 낭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화센터에서는 원어민과 내국인 강사가 초등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쳤다. 학생은 수강료(월 23만원)의 30% 정도만 내고 나머지는 동구청이 부담했다. 하지만 방과 후 영어수업이 강화되는 등 공교육이 활성화하자 국제화센터 수강생은 갈수록 줄었다. 지난해에는 정원 1152명의 절반만 채워졌다. 웅진싱크빅은 지난해 11월 계약 기간이 끝나자 운영을 포기했다.

 동구는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새로운 운영업체를 찾았다. 대전 지역 대학에도 운영을 부탁했다. 예산이 없어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나서는 곳은 없었다. 동구청 관계자는 “인건비도 주기 힘든 상황에서 국제화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동구는 올해 본예산에 직원 월급 100억원과 청소 대행 사업비 168억원, 기초연금·무상급식비 등 80억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또 2008년 구청사를 새로 지으며 낸 빚 246억원을 아직 갚지 못했다. 동구는 앞으로 국제화센터를 지역 주민을 위한 교육·문화·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동구의회와 일부 주민들은 반발했다. 동구의회 유택호 의장 등 6명은 7일 성명을 내고 “국제화센터는 지역의 대표적인 외국어 교육시설인데 대안도 없이 문을 닫았다”며 정상화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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