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쓰고 소리만 흘리고 … 숨어있는 가수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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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MBC ‘일밤-복면가왕’. ‘일밤-복면가왕’은 5일 첫 방송을 했다. [사진 각 방송사]

TV의 노래 대결이 진화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서바이벌 형식의 경연이 과연 누가 다음 단계에 진출할까 하는 기대감을 부추겼다면, 블라인드 형식을 더해 참가자의 신분을 감춘 프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노래 실력의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3시즌까지 방송된 JTBC ‘히든 싱어’가 맨 앞줄에 있다. 스타 가수와 일반인 모창자들이 목소리만으로 대결을 벌이는 과정이 긴장과 재미, 감동까지 안겼다. 올 들어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MBC ‘일밤-복면가왕’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분을 감춘 노래 대결에 가세했다.

 5일 첫 방송을 탄 MBC ‘일밤-복면가왕’은 시청률 6.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주목을 끌었다. 한 주 전 ‘일밤-애니멀즈’ 마지막회의 시청률(2.5%)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그동안 ‘일밤’ 전반부는 동시간대 경쟁 프로에 밀려 침체를 거듭했다. ‘아빠! 어디가?’를 막내리고 올해 초 신설한 ‘애니멀즈’도 시청률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불과 두 달 만에 막을 내렸다. 후속으로 편성된 ‘복면가왕’은 본래 지난 설 연휴에 파일럿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었다. 당시 최종 우승자가 누구도 예상 못한 아이돌 그룹 EXID의 솔지인 점도 화제가 됐다.

JTBC ‘히든 싱어’(사진 위),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사진 아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2월부터 방송 중이고, ‘히든 싱어’는 지난 연말 세 번째 시즌을 마쳤다. [사진 각 방송사]

 5일의 정규 첫 방송 역시 중도 탈락한 참가자들이 가면을 벗고 뜻밖의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흥미를 더했다. ‘노을’의 강균성, 최근 아기를 출산한 배우 김지우, ‘블랑카’로 더 친근한 개그맨 정철규, 잠시 가수로도 활동한 배우 박광현 등이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자 민철기 PD는 직접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나와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프로, 주인공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프로”라고 콘셉트를 설명했다.

 2월 말부터 방송 중인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이와 달리 참가자들이 모두 일반인으로, 실력자만 아니라 음치가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자 미리 불러 녹음한 노래를 스튜디오에서 립싱크하는 모습만 보고 진짜 실력자를 가려내는 것이 판정단의 과제다.

 새로운 노래 대결 프로에 대해 문화평론가 정석희씨는 “기존에 인기를 얻은 오디션 프로가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면, 이제는 노래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복면’ ‘음치’ 등의 장치를 추가했다”며 “게임 요소가 가미된 프로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특히 노래는 예전부터 노래자랑·음반차트 등 경쟁 요소가 병합돼 있는 콘텐트”라며 “‘노래+경쟁’이란 대중적 코드가 시대가 바뀌며 다변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음반 시장이 위축되고 아이돌 위주가 되면서 ‘노래+경쟁’으로 새롭게 주의를 환기해 시장의 저변 확대를 도모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음악 프로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음악평론가 강일권씨는 “대부분의 음악 프로가 예능 위주라 음악 자체보다 가수의 캐릭터나 이미지·배경 등 예능적 요소에 음악이 소비되고 있다”며 “예능 프로에서 대중성을 위해 기존 곡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음악 시장의 균형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대 음악과 과거 노래, 순수 음악 프로와 예능 결합형 프로의 균형이 고루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JTBC ‘히든 싱어’는 그 사이 해외에 포맷을 판매하는 성과도 이뤘다. 2012년 말 1시즌을 시작한 후 중국 제작사와 계약을 맺었고, 이후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인터내셔널과 전 세계 포맷 판매 계약도 맺었다. 드라마하우스앤드제이콘텐트허브의 박형준 본부장은 “블라인드 테스트 형식의 서바이벌, 특히 일반인들이 진짜 가수와 노래 대결을 하는 형식이라는 점이 신선하다는 평을 들었다”고 전했다. 전 세계 포맷 판매의 일환으로 이달 중순 태국 지상파TV에서도 태국판 ‘히든 싱어’가 방송될 예정이다.

이후남·정아람 기자 hoonam@joongang.co.kr

◆노래 경연, 다양한 포맷으로=‘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슈퍼스타K’까지, 국내외 오디션 프로들은 단계마다 탈락자를 배출한다. 참가자의 입장에선 단계별 생존, 즉 서바이벌(survival·생존)이 과제인 셈이다. 해외 오디션 프로 중에 ‘더 보이스’는 본방송 초기, 참가자 선발 과정에 블라인드(blind·눈을 가린) 심사 방식을 도입했다. 멘토가 될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듣고 선발하는 것이다. 본래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포맷으로, 국내에선 2012년 ‘보이스 코리아’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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