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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재·보선 포퓰리즘 공약 홍수, 나라 거덜낼 일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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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잔여 임기 1년짜리 4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4·29 재·보궐선거에 원내 제1, 2당이 사활을 건 ‘공약 폭탄’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지도부가 앞장서 공약 남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연일 선거 지역을 훑고 다니며 매머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며칠 전 서울 관악을 지역을 방문해선 “오신환 후보가 당선되면 오신환 특별법을 만들어 위험주거지역 국민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김 대표 스스로 이 법이 정말로 지켜질 수 있다고 믿는 건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인천 서·강화을에 출마한 같은 당 안상수 후보는 강화도와 영종도를 잇는 연도교 건설과 검단 신도시 개발, 인천지하철 2호선 조기 개통 등을 약속했다. 국회의원이 1년 만에 해결할 수도 없는 사안이려니와 안 후보가 인천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미 타당성 문제와 예산 확보 문제로 내려놨던 사업들을 슬그머니 재탕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이 밝혀져 눈총을 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저임금을 시간당 8000원으로 인상하고 ▶재정을 투입해 매년 신규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며 ▶세액공제율 2%포인트 인상과 소급 적용 등을 포함한 10개 항의 공약집을 배포했다. 정부 여당도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들이다.

 더욱 가관인 건 여야가 서로를 “포퓰리즘” “선심성 공약(空約)”이라며 비난전을 벌이고 있는 거다. 남의 눈 티끌을 꼬집으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전형적인 후안무치 정치다.

 가뜩이나 한국은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쏟아냈던 복지 포퓰리즘의 후유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수 결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차질을 빚고 있고, 홍준표 경남지사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을 중단해 파란이 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선거 결과에 집착해 부작용을 외면한 채 선심성 공약을 무더기로 내놓고 있는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길은 유권자의 ‘현명한 한 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