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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100대 기업 중 살아남은 12곳 비결은 발 빠른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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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40년 전 국내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100대 기업에 들어있는 회사는 몇 개나 될까.

월간 '현대경영'이 매출액 기준으로 1965년과 2004년의 100대 기업을 비교해 본 결과 12개사가 수성(守成)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매출액 3위인 LG전자를 비롯, 기아자동차.현대건설.대림산업.CJ(전 제일제당).한화.제일모직.한국타이어.대상.코오롱.대한전선.태광산업 등이다.

◆극심한 부침=당시 1~10위 업체 중 현재 100대 기업에 드는 회사는 CJ가 유일했다. 60년대 최대 기업이었던 동명목재를 비롯해 금성방직.판본방적.경성방직.대성목재.동신화학 등 10위권 기업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거나 확 쪼그라들었다. 산업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임금.땅값이 싼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이다.

동명목재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데다 합판경기 하락을 이기지 못했고, 최대 비단 생산업체였던 조선견직도 개도국과의 경쟁을 견디지 못했다. 40년 동안 100대 기업에 든 회사 중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기아자동차였다. 4억8800만원(65년)에서 15조2577억원(2004년)으로 무려 3만1266배나 커졌다. LG전자는 12억7600만원에서 24조6593억원으로 2만배 가까이 성장했다.

◆유연한 적응력이 생존 요인=우리 경제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하듯, 한국 기업의 100대 기업 잔존율은 미국.일본(20%대 잔존) 보다 낮다.

충북대 경영학과 김영래 교수는 "일본에서도 기업의 생존 주기를 대개 30년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뛰어넘은 회사들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산업 발전에 맞게 잘 적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는 ▶오너가 경영하는 기업▶해외 무역 관련 업종이 상대적으로 많이 살아남았다고 분석했다. 수원대 경제학과 이한구 교수는 "과거 잘나갔던 회사들 중에는 적산기업 불하나 원조 물자 특혜 등 정부 보호로 큰 회사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회사들은 정권 교체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대부분 무너졌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가전에서 정보통신분야 등으로 변신하고 있는 LG전자를 예로 들며 "확실한 자기 분야를 가지고 독과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변신에 성공한 기업이 살아남았다"고 강조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길기모 연구위원은 "태광산업.대한전선.대림산업은 확장보다는 주력사업에만 신경을 쓰는 보수적인 기업들"이라며 "살아남긴 했지만 화려했던 옛날에 비해 다소 쇠락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인철 박사는 "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신화가 90년대에 무너졌듯이 현재의 상위권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며 "산업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조직을 추스르고 유연하게 경영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경호.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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