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쇼크 … 미국 일자리 반 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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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증가가 12만6000개에 그쳤다. 24만 개는 넘을 것이란 시장 예상의 절반이다. 일자리 쇼크다. 지난 15개월 동안 최저 증가다. 1~3월 월평균 신규 고용(19만7000명)은 지난해 4분기(32만4000명)의 60%로 줄었다.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5.5%를 유지했지만 노동시장 참가율이 67.8%로 1978년 이래 최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일자리 쇼크를 상쇄할 정도의 희소식은 못 된다.

일단 석유산업의 대량 해고 요인이 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광업 쪽에서 1만1000개 일자리가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래 석유업계는 약 8만 명을 해고했다.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다른 분야 지출을 늘릴 수 있게 돼 생산과 고용 확대로 연결되리란 기대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강달러 영향이 제조업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중심부인 제조업에선 오히려 일자리가 1000개 줄었다. 달러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이 타격을 받은 결과다.

최근 미국 경제엔 이상 신호가 줄을 잇고 있다. 2월 개인소비지출은 전달보다 0.1% 늘었을 뿐이다. 산업생산도 0.1% 증가에 머물렀다. 소비와 생산이 시원찮으면 고용이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셈이다.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시장 예상치에 대한 블룸버그통신 집계는 1.5%다. 지난해 3분기 성장(5%)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은 물론 4분기(2.2%)에도 훨씬 못 미친다.

고용 부진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6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월 인상 가능성은 확실히 사라졌고 9월 금리 인상설도 가망이 없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3월의 일자리 쇼크가 일시적일 수 있다. 혹한 때문에 1분기 소비가 움츠러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폭설과 강추위 때문에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2.1%)을 했다가 이후 크게 반등한 지난해 사례도 있다. 앞으로 몇 달간의 지표가 한층 중요해졌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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