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 회장 베이징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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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이 3일 중국 베이징(北京)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63세.

4일 주중 한국대사관과 장 전 회장 측근에 따르면 장 회장이 3일 오전 베이징 시내 차오양구에 있는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측근들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숨지기 이틀 전부터 소화가 안 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고 숨지기 전날 저녁에도 식사 후 속이 거북하다고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장 회장의 시신은 현재 베이징에 있는 중국 무경총대병원에 안치돼 있다. 장 전 회장은 베이징에서 재기를 위한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장 전 회장은 1988년에 선친인 고 장학엽 회장에 이어 진로그룹의 2대 회장에 취임했다. 장 전 회장은 취임 후 진로쿠어스맥주(1992년) 등을 설립하면서 진로그룹의 사세 확장을 이끌었다. 진로그룹은 한 때 매출 3조5000억원 규모의 재계 19위까지 올랐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진로그룹은 2003년 법정관리와 계열사 분할 매각을 통해 공중분해됐다. 장 전 회장은 2003년 5월 해임됐고 그해 9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난 장 전 회장은 2005년 캄보디아로 갔다. 장 회장은 캄보디아에서 한인은행ㆍ부동산 개발회사 등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장 전 회장은 2010년경 캄보디아를 떠나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 사법당국에 따르면 장 전 회장은 중국에서 캄보디아 여권으로 생활했다.

장 전 회장의 측근은 장 회장이 평소 자신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장 전 회장은 2013년 차명으로 맡겨놓은 4000억원대의 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옛 회사의 임원을 고소하기도 했다. 장 전 회장은 이 임원이 채권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신문 인터뷰에서 장 전 회장은 “한국에 모든 것을 놓고 왔는데 막대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한국에서 활동할 여건이 되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회장의 장례식은 5일 오전 베이징에서 치러졌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염태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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