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2006년 거래량 초과 … 너무 뜨거운 거 아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1호 18면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냐?”

요즘 주택시장을 보고 서울·수도권에서 이런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남들은 다 집 사는 것 같고, 가격은 슬금슬금 오르니. 그런데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고민을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초·중반 주택시장의 호황기를 맞은 기억과 2006년 절정기를 지나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추락한 기억 말이다. 호황기의 시작이라면 사겠는데 혹시 ‘상투’(최고로 오른 시세)를 잡는 게 아닐까.

올해 주택시장은 2000년대 호황기 못지 않다.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시장 모두 인파로 북적댄다. 올 들어 3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가 2만8000여 가구로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최대다. 2013년 8·29대책 이후 회복세를 타고 거래가 많이 늘었던 지난해 1~3월(2만2000여가구)보다 20% 정도 더 많다.

3월 거래량만 보더라도 올해 잠정적으로 1만3000여가구다. 역대 최대인 2006년 3월(1만2843가구)을 넘어섰다.

거래 늘던 지난해보다도 20% 더 많아
분양시장에선 두 자릿수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분양된 반도유보라 아파트는 1순위 평균 63대 1이었다. 이 단지의 최고 경쟁률은 493대 1에 달했다. 1일 서울 자양동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가 평균 11.8대 1, 2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의 미사강변리버뷰자이는 23.9대 1을 각각 기록했다.

1순위 자격이 6개월에 불과한 지방에선 두 자릿수 경쟁률이 흔하지만 서울·수도권에선 최근까지 드물었다. 3월부터 서울·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약자가 크게 늘어났다. 실제 자격 완화로 늘어난 1순위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2006년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14만1812가구로 역대 가장 많았다. 그 해 봄과 가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가 분양되며 청약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분양시장도 뜨거웠다.

올해의 거래 급증과 높은 청약경쟁률은 2006년을 연상시킨다. 주택 거래량은 2006년보다 더 많다. 자연히 과열 우려가 나온다. 2006년 집값이 폭등하며 한껏 달아오른 주택시장에 거품이 끼고 2년 뒤 결국 터진 기억과 함께.

과열 걱정은 이른 것 같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달궈져 달아오른 주택시장 열기가 2006년 절정을 이뤘다. 올해 주택시장 열기는 시작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2013년 8·29 대책 이후 온기가 살아났고 지난해 한때 주춤하기도 했다. 올해 가격이 안정적이다. 김은 많이 나는데 온도가 높지 않은 셈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월대비 0.48%로 1월(0.08%), 2월(0.19%)보다 높아지긴 했어도 1986년 이후 3월 평균 상승률(0.67%)보다 낮다. 거래량이 비슷한 2006년 3월 상승률은 올 3월의 두 배가 넘는 1.77%였다. 그 해 연간 상승률은 24.11%였다.

불쏘시개가 다르다. 2006년 시장을 주도한 층은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수요였다. 돈을 벌기 위해 너도 나도 집을 샀다. 자고 나면 집값이 뛰었으니. 강남권·목동 같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지역의 집이 동났다. 그 이전에 가격이 많이 올라 상승 기대감이 커서다.

2015년은 실수요가 대세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과 내집마련이나 집을 갈아타려는 수요가 나섰다. 금융위기 이후 매수를 미루고 있던 누적된 수요가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를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가격 상승률은 2006년의 절반도 안돼
올해 거래량이 많은 곳도 주로 강북지역이다. 강북에서도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에서 많이 거래됐다.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전세난이 심한 지역들이다. 실수요는 덩달아 사지 않는다. 기존에 거래된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사기를 주저한다. 그래서 거래는 많아도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다.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는 돈을 더 주더라도 구입하는 추격매수를 하기 때문에 거래가격이 뛰게 된다.

그렇더라도 머지 않아 가격이 또 떨어지지 않을까. 2006년 바람을 타고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12만 가구 가량이 금융위기 후 가격추락을 경험했다. 2006년이 상투였던 셈이다. 2만~3만 가구는 그나마 원금을 회복했지만 나머지는 아직도 구입가격 대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경험한 쓴맛이 회자 되다 보니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를 떨치기 힘들다.

2013년 8·29 대책 이후 지금까지 가격이 좀 오르긴 했어도 금융위기 전 고점에 비해 아직 낮다. 서울·수도권 평균 아파트값으로 보면 그때의 93% 수준이다. 8·29 대책 전에는 10%까지 빠졌다. 3% 정도 회복된 셈이다. 김이 난다고 과열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짧은 시간 센 불(단기간의 가격 급등)이 문제이지 불 조절을 하고 거품을 잘 걷어내면 끓어 넘치지 않는다. 올해는 2006년도, 2008년도 아닌 2015년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