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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웰빙가에선] 삼시세끼의 즐거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1호 22면

“먹는 게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질까요?”

체중조절이 필요한 65세 여성 환자가 한 말이다. 환자 말만 들어보면 음식 섭취량이 적어서 영양실조가 됐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선 제대로 챙겨먹는 연습이 필요하겠다 싶어 환자에게 식사일기를 써 오게 했다.

식사일기를 보니 실제 먹은 음식의 양과 열량은 적지 않았다. 다만 양질의 영양소를 골고루 챙겨먹지 않은 것이다. 젊었을 때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 밥상을 차렸는데, 지금은 혼자 살며 낮에 손주를 봐주고 저녁에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고 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다기 보다 매 끼니를 때운다는 느낌으로 먹었기에 실제 먹은 양에 비해 본인은 먹은 게 별로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러스트 강일구

노년층 뿐 아니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혼자 밥을 챙겨먹어야 하는 인구의 비율이 늘고 있다. 경제적인 사정이나 시간적인 이유로 그냥 한 끼를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로 때우며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꼭 챙겨먹어야 하는 영양소는 부족해지기 쉽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 섭취로 인해 나트륨·지방·단순당(당류) 같은 것들을 과잉 섭취하는 영양불균형 문제가 생기기 쉽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라서 보건복지부가 수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봐도 청소년 연령대에서 칼슘·철·비타민 등을 권장섭취량보다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여성들은 영양부족군(群)도 영양과잉군도 많다. 아마도 외모에 신경을 써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과자·초콜릿·케이크·음료수 등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을 섭취한 것이 원인일 것이다. 이런 영양불균형으로 인해 적게 먹는 것 같은데도 살이 찌고 빠지지 않는다.

노인들은 먹는 음식이 다양하지 않다. 또 소화기능 저하, 치아문제로 음식을 제대로 못 씹는다. 침 분비 감소나 후각기능 저하로 맛을 잘 못 느껴 입맛이 떨어진다. 이런 모든 것들이 영향을 미쳐 노인의 영양불균형 문제를 심화시킨다. 따라서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통해 구강 청결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은 노년기의 영양관리에 필수적이다.

질 좋은 단백질이나 비타민·미네랄 같은 영양소가 많은 식품들은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 게다가 손질이나 조리과정이 번거로워서 식사 메뉴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고기나 생선을 조리하기가 번거롭다면 밥에 콩을 섞어먹거나 조리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연두부·통조림 같은 것들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식후에 플레인 요구르트나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과일 잼을 바른 식빵에 주스 대신 우유로만 바꿔도 그 끼니의 영양은 전혀 딴 판이 된다. 간식으론 당분이 많은 과자 대신 견과류나 말린 어류·해조류 등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이나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는 말린 어류나 견과류·채소를 갈아서 먹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제부턴 단백질·탄수화물·지방·비타민·미네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나만의 건강밥상을 머릿속에 미리 그려보고 실천해 보자. 이는 삼시세끼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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