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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에 합의안 설득 숙제 … "오바마, 북핵 돌아볼 여력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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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일(현지시간) 오후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이 타결된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에서 둘째),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오른쪽에서 둘째)과 직원들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별 성명 발표를 태블릿PC로 시청하고 있다. [로잔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일(현지시간) 타결시킨 이란 핵 협상에 공화당이 반발하면서 북핵 협상에까지 여파가 미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 설득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북핵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임기말로 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핵 실패의 반복”이라며 이란 핵 협상에 반대했던 공화당은 이날 합의 결과에 비판을 쏟아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백악관이 당초 제시했던 목표에서 우려스러울 정도로 벗어났다”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 활용 을 중단하리라고 여기면 순진한 생각”이라고 반발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진 건지 아닌지를 의회가 따질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커 위원장은 이란 핵 합의를 검토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대선 주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외교적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네오콘인 톰 코튼 상원의원은 “합의는 이란이 핵폭탄을 갖도록 인정해 주는 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를 설득하는 데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다”며 “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대선 국면으로 향하는 만큼 북한으로 관심을 돌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정부가 이란 핵 협상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사실상 ‘버리는 돌’로 활용한 것도 북핵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공화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북핵 협상 실패를 들어 이란 핵 협상을 비판하자 국무부의 토니 블링큰 부장관, 마리 하프 부대변인 등은 “이란은 북한과 다르다”고 잇따라 공언했다. 북한과 달리 핵실험까지 가지 않은 이란과는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거꾸로 북한은 타협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시사해 대북 협상의 유연성을 줄이는 꼴이 됐다. 이 때문에 집권 내내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을 구사했던 오바마 정부가 이란 핵을 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올인하며 북핵은 전략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정부는 이란 핵 문제엔 적극적인 협상으로 해결에 나서는 반면, 북핵 문제를 놓곤 주로 비확산에 신경을 쓰며 현상유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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