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업무, 공무원이 장악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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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에 반대하며 2일 철회를 요구했다. 특조위는 여야 정치권과 법조계, 희생자가족대표회의의 추천 인사 17명으로 구성된 진상규명 기구다. 특조위가 반대하는 시행령안은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것으로 특조위의 조직과 활동 내용을 담았다.

 이석태 위원장 등 위원 14명이 이날 회의를 열어 투표를 한 결과 위원 10명이 시행령안 철회 요구에 찬성했다고 특조위 측은 밝혔다. 권영빈 상임위원은 “시행령안은 공무원이 진상규명 업무의 중심을 장악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행령안이 실무 최고책임자로 기획조정실장(고위공무원)을 두고 그 아래 기획총괄담당관이 업무 조정·기획을 맡도록 한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도 성명을 내고 “진상규명에 가장 중요한 조사활동 역시 파견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한 반면 각 소위원장은 실무 조직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특별법이 참사의 원인과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진상 규명 과제로 명시했는데도 시행령은 이를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과 조사로 제한했다. 정부는 시행령안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시행령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니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월호 4·16 가족협의회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안과 전날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희생자 304명에 대한 배상금 지급안에 반발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단체 삭발식을 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과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416시간 집중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선포할 때까지 배상·보상 절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은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배상·보상부터 얘기한다. 희생자와 가족을 돈으로 능욕하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특조위가 제안했던 시행령안을 정부가 수용하고 참사 1주기 이전에 선체 인양 일정을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삭발식엔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 등 48명이 참가했다. 진도 팽목항에서도 유가족 4명이 삭발했다.

김성탁·김나한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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