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교실, 주민이 교사 … 시흥의 현장학습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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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또 집중. 2일 경기도 시흥시 군서초교 학생들이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진행한 창의체험수업에서 해설사 오환봉(63·맨 왼쪽)씨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교과 과정 관련 내용을 시흥시 곳곳에서 배우는 학습의 하나다. 작은 사진은 학생들이 생태공원에서 수차로 염전에 바닷물을 퍼올리는 모습. [사진 경기도교육청]

2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의 갯골생태공원 앞. 군서·은계초교 4학년 학생 100여 명이 재잘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조용히 하라”는 담임교사의 말도 소용없었다. 그러던 어린이들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문화생태해설사 오환봉(63)씨가 말을 꺼내자마자였다.

 “여기는 시흥갯골이라고 해요. 예전엔 소금을 만드는 염전으로 유명했지요. 집게발이 큰 농게. 멸종위기종인 검은갈매기 같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어요. 내 말 잘 들으면 볼 수 있어요.”

 어린이들은 오씨의 설명에 따라 각종 갯벌 생물을 관찰하고, 염전 체험장에서는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수차를 직접 발로 밟아 돌려보기도 했다. 박선정(11)양은 “교실에서 듣는 수업보다 머리에 훨씬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과학 과목 중 ‘갯벌 식물과 동물’을 현장에서 진행한 것. 지역 곳곳을 체험 교실로, 지역의 전문가들을 교사로 활용하는 이른바 ‘마을 공동체 교육’의 하나로 이뤄진 것이다.

 시흥시가 이달 들어 새로운 교육 실험을 시작했다. 공식 이름은 ‘시흥시 전역이 교과서가 되는 창의체험학교’. 모토는 ‘마을 곳곳이 학교, 마을 주민은 교사’다. 초·중·고 교육 과정 중에 시흥시 곳곳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을 뽑아 현장학습으로 꾸민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 5, 6학년이 배우는 태양계와 별자리 수업은 천문대가 있는 시흥생명농업기술센터에서 전문가에게 배우고, 초등 1, 2 학년 사회 과목의 ‘다른 나라 문화 알아보기’는 다문화체험관에서 진행하는 식이다.

 창의체험학교는 원래는 시흥시가 운영하던 가족 단위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시흥교육지원청이 가세해 확대, 발전시켰다. 교사들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체험 학습으로 진행할 수 있는 17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설사들에겐 미리 교과 내용을 알려 주고 그에 맞춰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시흥갯골에서 어린이들을 인솔한 오봉환씨는 “해설을 오래 해왔지만 학교 교육을 대신한다는 생각에 자료를 뒤져 새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지난달 학급 단위로 창의체험학교 참여 신청을 받아 이달 시작했다. 체험학습장 여건 상 올 1학기 중에 541개 학급이 참여 가능했는데 2328학급이 지원했다. 한 학급이 5개 프로그램을 신청했을 때, 이를 5개 학급으로 셈한 결과가 이렇다. 시흥교육지원청 측은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 신청한 학급은 한 개 만 택하도록 설득해 넘치는 수요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학생들 집중도는 높아졌다. 군서초교 김정식(38) 교사는 “수업 시간엔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체험학습장에 나와 ‘이게 뭐냐’고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시흥시 창의체험학교 모델을 다른 시·군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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