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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택배로 보낸 소장 효력 없어…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손해배상 소송 각하

중앙일보

입력

김홍도(77) 금란교회 목사를 상대로 163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낸 미국 선교단체가 국제택배로 소장을 보내는 바람에 돈을 못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 선교단체가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한국의 피고인 김 목사에게 국제택배로 소장을 보냈다면 해당 판결에 대한 집행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 이경춘)는 미국의 비영리법인 인터내셔널 피이스 인스티튜트가 “163억원 상당의 미국 법원 승소 판결을 강제집행하게 허가해달라”며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와 이 교회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1심을 취소하고 각하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김 목사는 지난 2000년 북한 선교를 담당하는 미국 기독교 선교단체와 계약을 맺었다. 금란교회가 2008년 12월말까지 북한에 1000명 이상 신도를 수용할 수 있는 교회를 지어주는 대신 49만달러(약 5억2000만원)를 받는 조건이었다. 금란교회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원금 49만달러와 연이율 19%의 이자, 징벌적 손해배상금 980만달러 등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목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교회를 짓지 못했고, 선교단체는 지난 2011년 현지 법무법인을 통해 미국 오리건주 법원에 금란교회와 김 목사를 상대로 원금 반환소송을 냈다.
김 목사는 자신과 교회가 받은 49만달러는 헌금의 성격이고 국내 관습상 되돌려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2012년 3월 징벌적 배상금을 포함해 1438만달러(약 163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김 목사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 선교단체는 곧바로 미국 법원의 확정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북부지법에 집행판결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1438만 달러 중 558만 달러만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송달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을 들어 아예 집행판결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한국에 있는 피고에게 국제택배인 페덱스를 이용해 소장과 소환장을 보낸 것은 헤이그 협약 위반으로 민사소송법이 규정한 적법한 송달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 헤이그 협약 가입 당시 ‘외국에 있는 자에게 재판 문서를 중앙당국을 통하지 않고 우편으로 직접 송부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선교단체 원고 대리인이 우편에 의해 사적으로 송달했기 때문에 헤이그 협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김 목사 측이 소장에 반박하는 답변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에서 정한 ‘송달 받지 않았더라도 소송에 응했을 경우’에 해당해 송달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 측이 미국법원에서 열린 변론준비기일 등에 출석해 변론하지 않고 서면 답변서만 제출했다면 소송에 응한 경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김 목사는 이 사건 소송으로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가 되자 이를 피하려 위조문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가 지난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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