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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섭이 두 명이 치고 달린다, 행복한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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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롯데 외국인 타자 아두치(오른쪽)는 간판타자 손아섭을 빼닮은 정교한 타격과 근성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9일 홈런을 치고 전력질주를 해 홈을 밟은 뒤 손아섭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두치. [사진 롯데]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개막 경기 만원관중(2만 7500석)을 기록한 부산 사직구장. [사진 롯데]

“롯데, 롯데, 롯데, 롯데! 아두치, 아두치!”

 롯데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30·캐나다)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롯데 응원단은 이런 응원가를 합창한다. 아두치와 이름이 비슷한 ‘두치’가 나오는 만화영화 ‘두치와 뿌꾸’의 주제곡을 패러디한 노래다.

 아두치는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아두치는 0-0이던 5회 초 1사 1루에서 좌전안타를 때려 4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어 6회 초 2사 2루에서 고의볼넷으로 출루해 황재균의 홈런 때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롯데는 7-1, 8회 우천 콜드게임으로 이겨 LG를 3연패에 빠뜨렸다.

 앞서 부산 홈에서 열린 개막 2연전에서 아두치는 8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강한 송구도 보여줬다. 출루한 뒤에도 쉬지 않고 도루를 시도하는 그에게 ‘아두치타(아두치+치타)’라는 별명도 붙었다. 1번 타자 아두치가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로 치고 달리는 동안 롯데는 개막 3연승을 거두며 1위를 지켰다.

 아두치는 타석에서 양쪽 귀를 보호하는 ‘양귀 헬멧’을 쓰고, 출루를 하면 손가락이 없는 특수 장갑을 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 주루를 하다 새끼손가락이 골절됐고, 투수가 던진 공이 헬멧에 맞아 뇌진탕으로 쓰러졌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뛴다. 팬들은 근성으로 똘똘 뭉친 롯데의 간판타자 손아섭(27)이 한 명 더 생겼다며 기뻐하고 있다. ‘아’섭이 ‘두’명이 ‘치’고 달린다 등 아두치로 삼행시를 지은 팬도 있다.

 지난해 롯데는 성적 부진과 구단-선수단 갈등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그럼에도 지난달 28일 부산 개막전에는 만원관중(2만7500명)이 들어찼다. 롯데는 신생팀 kt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이겼고, 팬들은 끈질긴 롯데의 야구에 다시 박수를 보냈다.

 아두치는 2003년 신인 드래프트 42라운드로 플로리다(현 마이애미)에 입단한 후 10년간 마이너리그를 떠돌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2013년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다. 지난해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며 기대를 받았지만 연이어 부상을 입었다. 텍사스와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롯데에 입단한 그는 시범경기에서 홈런 4개(1위)를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이종운(49) 롯데 감독은 “우리 문화를 배우려는 아두치의 자세가 참 좋다”며 칭찬했다. 예의바른 아두치를 롯데 선수들은 ‘젠틀맨(신사)’이라고 부른다. 아내, 딸 둘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아두치는 “아내가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꼭 한국에서 출산하겠다”며 웃었다.

 ◆임창용 200세이브 … kt 3연패=kt는 이날 삼성과 수원 홈 개막전을 치렀으나 6-8로 졌다. 개막 후 3연패. 삼성은 3회 초 이승엽의 솔로홈런 등으로 앞서다 6-1이던 5회 말 kt 마르테에게 3타점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삼성은 6회 말 최형우의 적시 2루타, 8회 말 나바로의 솔로홈런으로 kt의 추격을 뿌리쳤다.

 삼성 마무리 임창용은 9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한국 프로야구 통산 200세이브(일본에서는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1999년 김용수(LG), 2007년 구대성(한화), 2011년 오승환(삼성)에 이은 네 번째 기록. 2007년 통산 100승을 올린 임창용은 김용수에 이어 100승-200세이브를 달성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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