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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제도 도입, 펀드시장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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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투자업계도 ‘자투리펀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투리펀드는 설정 후 1년이 지난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펀드를 말한다. 자산운용사들이 유행 따라 만들었다가 판매가 부진하자 뒷전으로 밀어둔 펀드다. 지난 3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50억원을 넘지 못하는 소규모 펀드는 모두 1356개다. 전체 공모펀드의 38%를 차지한다. 1년 전보다 170개가 늘었다. 운용사는 대형 펀드에 집중하다 보니 덩치가 작은 소형 펀드는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투리 펀드 중 275개가 설정 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5일 ‘자산운용산업 규제 합리화를 위한 자본시장법령 등 개정안’을 발표했다.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를 규모가 큰 다른 펀드와 합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를 도입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IFA는 특정한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자문업자가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운용을 도와주는 제도다.

IFA의 필요성은 2013년 온라인에서 펀드를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펀드 슈퍼마켓’ 출범 이전부터 제기됐지만 계속 미뤄져 왔다. 차문현 펀드온라인 대표는 “IFA는 특정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 입장에서 고객에게 유리한 펀드를 골라줄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 IFA가 활성화되면서 펀드시장이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도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자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이 고객수익률에 따른 인사고과제도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오랜 기간 증권사들은 약정고(매매 체결 규모)에 따라 직원을 평가했다. 이로 인해 무리한 약정 경쟁이 벌어지곤 했다. 증권사는 매매 체결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었지만 고객은 과도한 매매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을 뿐 아니라 증권사 직원의 무리한 단타 매매 권유의 희생양이 됐다. 이는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고객 신뢰 추락으로 이어져 펀드시장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불렀다.

 그러자 고객수익률을 기준으로 직원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금융회사가 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2년부터 매월 고객수익률이 우수한 직원을 선정하고 있다. 이 평가는 직원의 인사고과와 성과급에 연동된다. 주식자산 수익률로 평가해오다 지난해부터는 금융상품까지 포함한 전 상품으로 확대했다.

박석훈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은 “고객이 돈을 벌어야 회사도 수익이 난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고객 수익률을 직원 평가에 연동하니 우수한 수익률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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