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면 짖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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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범인이면 짖어라. "

살인사건 수사에 경찰이 유일한 '목격자'인 개를 동원, 용의자와 대질하는 수사기법까지 동원했지만 단서 확보에는 실패했다.

경찰은 지난달 6일 서울 삼전동 연립주택에서 발생한 20대 세 남녀 살인방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샅샅이 뒤졌으나 아무런 단서도 못 찾았다. 범인이 집주인의 아들과 딸, 딸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뒤 불까지 질러 족적이나 지문 하나 채취할 수 없었다.

수사관을 연인원 1백여명이나 투입했지만 목격자는 없었다. 한가닥 희망은 사건 직후 실종된 애완견. 살해된 딸이 키우던 '시추'종이다. 한달 간의 수소문 끝에 이웃집에서 개를 찾은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데려갔다.

개는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가 하면 숨진 딸의 방 앞에서 맴도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지만 수사에는 도움이 안됐다.

단서 하나가 아쉽던 경찰은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진행 측의 제안에 따라 최근 일본에서 개발된 '동물 언어 번역기'를 개의 목에 채워 지난 주말 용의선상에 오른 몇명과 대질시켰다.

동물 언어 번역기는 개의 반응을 유형별로 분류해 '분노' '슬픔' '배고픔' 등 글자가 액정화면에 뜨도록 고안된 장치. 미국 등에서는 수사에 종종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 앞에 선 애완견을 주시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개의 기억 능력은 고작 1~2주 정도여서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수사 관계자는 23일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시도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며 "지능이 뛰어난 진돗개나 셰퍼드였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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