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버스 49대로 늘렸지만 … 9호선은 여전히 '지옥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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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0일 오전 9호선 염창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까지 이용객은 전주 평일보다 3.6% 늘었다. [오종택 기자]
같은 역에서 출발하는 출근 전용 직행버스(오른쪽)는 텅텅 비었다. [오종택 기자]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역)이 개통한 뒤 첫 출근날인 30일 오전. 가양역 10번 출구 앞에는 서울시가 승객 분산을 위해 투입한 급행순환버스(8663번)가 정차해 있었다. 지하철 혼잡이 심할 경우 급행순환버스를 이용해 달라는 홍보가 주말 내내 이어졌다. 요금은 공짜. ‘여의도행’이란 현수막이 붙은 버스는 배차간격 3분을 어기지 않고 출구 앞으로 착착 도착했다. 하지만 오전 7시쯤 버스에 탄 승객은 2~3명에 불과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대체 버스 이용률이 이처럼 저조한 건 홍보 부족 때문 만은 아니었다. 러시아워가 시작된 7시30분쯤 배차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교통정체 때문이었다. 버스를 탄 직장인 장인호(48)씨는 “버스가 상습 정체구간인 서울교를 지나가며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며 “내일부터는 조금 일찍 나와 지하철을 타야겠다”고 했다. 혼잡해도 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예측 가능성’ 때문인데, 이를 보장할 수 없는 버스를 대체제로 삼긴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집계한 9호선 대체 급행·직행버스 49대(기존 급행버스 15대)의 이용자 수는 이날 885명. 특히 김포공항역에서 여의도까지 운행한 직행버스(10대) 이용객은 단 5명이었다. 김경호 도시교통본부장은 “가양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여의도까지 최소 30분이 소요되는데, 지하철을 타면 11분(급행), 20분(완행)밖에 걸리지 않아 시민들은 지하철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단계 연장개통으로 출근길 전체 이용객은 이전보다 3.6% 늘었다. 본격적인 출근시간인 오전 7시부터 8시30분까지 콩나물 시루같은 9호선의 혼잡도는 여전했다. 하지만 승강장 인파에 갇혀 지하철 여러 대를 그냥 보낼 정도의 극심한 혼란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혼잡을 예상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출근 시간을 분산시킨 덕이었다.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염창·가양역에선 평소보다 출근길을 서두른 시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전 6시30분 염창역에서 만난 정영선(29·여)씨는 “지옥철에서 고생할 생각이 끔찍해 30분 일찍 나왔다”고 했다. 혼잡도가 240%(수송가능 인원의 2.4배)에 이르는 염창역~여의도역 구간은 평상시보다 붐비는 정도가 오히려 덜했다고 말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이명민(35)씨는 “저번 주에는 급행 열차 몇대를 눈앞에서 보내곤 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불편하게나마 서있을 공간은 있었다”고 했다.

 현재와 같은 출·퇴근길 혼잡은 1단계 증차(20대)가 이뤄지는 내년 9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수요는 큰데 차량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수요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2005년 한국교통연구원은 9호선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하루 이용자를 24만588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9호선 하루 이용자는 38만4423명에 달한다. 37.4%의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최대한 보수적으로 조사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불협화음도 문제를 키웠다. 시가 2012년 기획재정부에 열차 증차를 위한 국비 지원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운영 중 증차분에 대해서는 지원이 어렵다”며 거부했다. 결국 시는 정부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증차 예산 편성을 하지 않았다. 장혁진·김나한 기자

글=김지은(인하대 건축학) 인턴기자 analog@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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