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에 일주일간 사생결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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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끝내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대신 실무협의기구를 만들어 일주일간 연장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정황으로 봐서는 실무기구가 대타협기구와 다를 바 없어 보여 또 한 차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실 국민대타협기구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소극적 태도, 개혁 당사자인 노조의 참여 때문이다. 차라리 실무기구 논의 없이 국회 연금개혁특위로 넘겨 거기서 결단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타협기구가 이름만 바꿔 연장전을 벌이겠다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무기구는 이런 우리 사회의 우려를 인식하고 남은 일주일간 사력을 다해야 한다. 이미 선수들의 패는 거의 다 드러나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안, 거기에다 개인저축계정을 추가한 고려대 김태일 교수안을 내놨다. 엊그제는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 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렸다. 정부도 지난달 초 기초 제시안을 냈다. 새정치연합도 ‘α(알파)·β(베타)·γ(감마)’ 안을 내놨다. 핵심 숫자가 빠져 가장 부실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뭔가 내긴 했다. 공무원단체는 ‘보험료 추가 부담, 지급률 유지’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제는 선택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실무기구에 공무원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2009년 개혁 때도 공무원단체가 논의기구에 들어와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개혁안이 크게 후퇴했다. 이번에도 공무원단체가 실무기구에 들어와 보험료만 일부 더 부담하고 지급률은 유지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결국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설마 그게 공무원단체의 전략일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이제는 나라 장래를 위해 공무원단체가 양보해야 할 때다. 그런 의사가 없다면 실무기구에 아예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도 소극적 자세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알파·베타·감마가 없었다면 우리 당이 내놓은 안은 가치를 잃었을 것”이라는 강기정 의원의 자화자찬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지난주 자신들의 검토안이 여당보다 재정절감 효과가 55조원이 많다고 추정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자기 진영에서 공만 돌리지 말고 하프라인을 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공무원과 그 가족의 표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이다.

 새누리당도 입장을 분명히 하라. 일본이나 미국처럼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할지, 재정절감 효과만 내는 부분 개혁만 할지 방향을 확정할 때가 됐다. 그런 분명한 입장을 정해놓고 공무원단체를 설득해야 한다. 5월 2일 데드라인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실무기구에서 어떡하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공무원단체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치권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 여야는 공무원을 설득하되 한편으로는 마지막 결단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