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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식 초청 못 받은 MB … 3년째 따로 묘역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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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국립대전 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한 뒤 묘비를 쓰다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선 국가보훈처 주관의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추모행사를 마치고 돌아간 뒤 오후 1시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또 다른 일행이 이곳을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일행이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정정길·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김성환 전 외교장관,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10여 명이 이 전 대통령과 동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충탑에 헌화한 뒤 천안함 46용사들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애도했다. 현충원 관계자들로부터 유족들의 근황을 들을 때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구조 작업을 하다 숨진 고 한주호 준위의 묘역에선 “수심이 깊어 후배들은 못 들어간다며 직접 들어갔던 사람”이라고 안쓰러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당시의 대통령이다. 폭침 발생 20여 일 뒤 TV 연설에서 46명 용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았다.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내는 과정을 총지휘했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는 5·24 대북제재 조치를 만들었다. 최근 펴낸 회고록 내용(‘나는 응징 조치를 생각했고, 군 수뇌부도 응징할 방법을 보고했다’)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설욕전까지 별렀던 인물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선열들의 뜻과 후손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국가를 수호하는 일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추모사대로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으는’ 추모식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정부가 주관한 공식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천안함 1, 2주기 때는 대통령으로서 참석(2주기 때는 정상회의 일정으로 사흘 먼저 방문)했던 이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보훈처는 천안함 3주기 추모식 때부터 올해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은 이날처럼 3년째 정부의 공식 추모식 전후로 옛 각료들과 함께 별도로 현충원을 방문해 왔다. ‘왜 이 전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매년 별도로 참배해 온 이 전 대통령을 구태여 중복해서 정부 추모식에 초청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취임식을 뺀 나머지 정부 행사에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참석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도 노선도 다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태워 함께 남아공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최고의 안보 교육일인 3월 26일, 대한민국 전·현직 대통령들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현충원을 찾았다.

서승욱 정치국제부문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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