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일 학생 16명, 가장 행복한 시간 보내고 오다가 …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24일(현지시간) 구조용 헬기가 로프를 이용해 추락한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의 잔해를 끌어올리고 있다. [알프스·할테른 AP=뉴시스]

“너무도 큰 비극이다. 그들은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교육장관 실비아 뢰르만이 24일(현지시간) 탄식하며 한 말이다. 지난 24일 오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떠나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다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악지대에 추락해 탑승객 150명 전원이 숨진 저먼윙스 참사사고에 안타까운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독일 북서부 뒤셀도르프 인근 소도시 할테른은 마을 전체가 비탄에 잠겼다.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요제프 쾨니히 김나지움(한국의 중·고교에 해당)의 학생 16명과 여교사 2명이 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10학년(한국 고1에 해당)생인 학생들은 일주일 일정으로 바로셀로나 일대에서 스페인어·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이 중 한 여학생은 바르셀로나 공항에 가기 위해 기차역에 도착한 뒤 여권을 숙소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숙소에 되돌아가 비행기를 놓칠 뻔했지만 숙소 주인이 여학생을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줘 간신히 비행기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로 16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를 잃은 요제프 쾨니히 김나지움의 학생들이 서로 껴안은 채 오열하는 모습. [알프스·할테른 AP=뉴시스]

 학부모들은 뒤셀도르프 공항에 모여 자녀를 기다리다 벼락 같은 참사 소식을 접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도착편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에 ‘뒤셀도르프 도착 예정이던 저먼윙스 여객기가 충돌했다’라는 메시지가 뜨자 가족들은 비명을 지르고 흐느껴 울었다.

 요제프 쾨니히 김나지움은 24일 정규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조퇴시켰다. 25일부터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강당에 모여 추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 정문 계단은 떠나간 친구들과 선생님을 기리는 꽃다발이 색색의 촛불과 함께 낮과 밤을 밝혔다. 학교 부근 식스투스 성당에는 이날 오후부터 마을 사람들이 모여 희생자를 애도하는 미사를 했다. 인구 3만8000명의 소도시라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희생자나 유가족을 알고 있다.

 오페라 공연을 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았던 성악가도 희생됐다. 베이스 바리톤인 올레크 브리야크와 콘트라 알토 마리아 라드너는 바르셀로나에서 바그너 오페라 ‘지크프리트’를 공연한 뒤 돌아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라드너는 남편·아기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 저먼윙스 측은 사고기에 갓난 아기가 두 명 타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바르셀로나 박람회 직원 2명도 쾰른에서 열리는 음식 축제에 참가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사망한 탑승객 150명 중 독일 국적자가 67명으로 가장 많았다. 독일 다음으로 많은 45명의 희생자가 나온 스페인 정부는 3일간 희생자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사고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유가족을 돕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인 사망자는 없다”고 밝혔다.

 사고 후유증도 이어지고 있다. 추락 여객기가 속한 저먼윙스는 24일 뒤셀도르프발 7개 항공편을 취소했다. 조종사 등 승무원들이 사고 소식을 접하고 비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저먼윙스의 모회사인 루프트한자의 최고경영자(CEO) 카르스텐 스포르는“승무원들의 감정 상태를 이해한다”며 “가능한 이른 시일 내로 정상화되겠지만 지금은 이들의 심리상담 지원과 같은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5일 사고 현장으로 날아가 조사·수습 상황을 함께 살펴보고 현장 대원들을 격려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