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녹였다, 꽃미남 이대은 불꽃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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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은 사진을 넣은 부채와 손수건. [사진 지바 롯데]

‘한류 이케멘(イケメン·꽃미남) 이대은(26·지바 롯데)이 여심(女心)을 흔들고 있다.’(일본 스포츠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

 헌칠한 미남 선수의 등장으로 일본 프로야구가 술렁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이민호를 빼닮았다며 반기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를 거쳐 올해 지바 롯데에 입단한 이대은은 정규시즌 시작 전부터 한류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지바 롯데 구단도 발 빠르게 이대은의 사진이 박힌 기념품을 제작했다. 판매 전부터 30여 명의 팬들이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그의 기념품은 인기다.

 이대은은 18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신문에 나온 기사를 봤다. 아직 (인기가) 실감나지 않는다”며 “외모로 관심을 받는 건 부담스럽다. 실력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외모만큼이나 시원시원한 파워피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 차례 시범경기에 등판해 9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 17일 소프트뱅크와의 시범경기. 그는 8회 말 마운드에 올라 전년도 우승팀 소프트뱅크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았다. 앞서 7일 소프트뱅크전에서는 선발 5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소프트뱅크 이대호(33)를 우익수 플라이와 2루 땅볼로 잡아냈다. 이대호는 “진짜 잘 던지더라. 지금처럼 하면 된다. 조만간 식사 한 번 하자”고 격려했다. 대선배의 칭찬을 들은 이대은은 “컨디션이 정말 좋다. 구단에서도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대은은 오는 27~29일 소프트뱅크와의 정규시즌 개막 3연전 중 한 경기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토 쓰토무(55) 지바 롯데 감독도 이대은의 개막 시리즈 등판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토 감독은 지난 2012년 한국 프로야구 두산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던 ‘지한파’다.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오치아이 에이지(46·전 삼성) 투수코치와 고마키 유이치(48·전 두산) 불펜코치도 이대은의 적응을 돕고 있다.

 큰 키(1m88㎝)에서 뿜어내는 빠른 공이 이대은의 주무기다. 17일 경기에서 던진 공 17개 중 16개가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였다. 그는 “일본에서 하체 운동을 강조한다. 많이 뛰다 보니까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고, 스피드도 잘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대은은 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도 구사한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많이 던졌던 체인지업 대신 이토 감독이 칭찬한 커브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대은은 신일고 3학년이었던 2007년 6월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미국에 진출한 29번째 한국 선수인 그는 입단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 신인들이 루키리그에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대은은 두 단계를 건너뛰어 미들 싱글A 팀에서 뛰었다. 초반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지만, 오른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1년 6개월 동안 공을 던지지 못했다.

 수술 여파로 하부리그에 머물렀던 그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트리플A 팀 아이오와 컵스로 승격했다. 8차례 선발 등판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75로 좋은 투구를 했지만 MLB 입성에 실패했다. 그는 “(MLB에 올라갈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내 페이스를 찾았는데 아쉬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망하고 있을 때 뜻밖에 기회가 왔다. 일본에서 손짓한 것이다. 이대은은 “시즌 중 스카우트를 보내 날 지켜봤다고 하더라. 날 강하게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MLB 개척자인 박찬호(42)를 보며 꿈을 키운 ‘박찬호 키드’다.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햄버거를 씹으며 7년을 기다린 이유도 박찬호처럼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기 위해서였다.

이대은은 일본 진출이 실패가 아닌 재도약의 기회라 여기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일본 야구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또 여기서 잘하면 MLB로 돌아갈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대은은 “10승 이상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했다. 수화기를 타고 전해진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千葉ロッテマリ?ンズ 채널]

이대은은 …

● 생년월일 1989년 3월 23일
● 포지션 투수(오른손)
● 체격 1m88㎝, 86㎏
● 학교 서울 역삼초 - 경원중 - 신일고
● 경력 2007년 시카고 컵스 입단(계약금 81만 달러), 2015년 지바롯데 마린스 입단 (연봉 5400만엔)
● 기록 마이너리그 7시즌 135경기 40승 37패 평균자책점 4.08, 일본프로야구 시범경기 3경기 9이닝 무실점 7탈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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