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를 찍었다. 시중에 돈은 풀렸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을 넘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7260억원을 기록했다.
갈 곳 없는 돈을 위해 주요 증권사에게 ‘금리 1%시대’ 투자전략을 물어봤다. 답은 한결 같았다. “단기적으로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혜를 입을 수출 기업에 주목하고,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배당 활성화 정책으로 여력이 있는 배당주를 보라”는 내용이다.
단기 유망주는 금리 인하로 떨어진 원화가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들이다. 원화약세는 그동안 원화강세로 고전했던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해에는 특히 엔화대비 원화가치가 워낙 강세를 보였다. 원화가치가 내리면 석유·반도체·자동차 등 일본과 수출경쟁이 치열한 업종의 투자 심리가 살아난다. 김 연구원은 그 중에서도 반도체업종을 유망하게 봤다. 그는 “세계적으로 과점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이익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며 “여기에 원화값 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커질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도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과 증권주다. 국내 주택 거래량과 증시 거래대금은 정책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금리가 내리면 내수경기 부양과 위험자산으로 돈이 이동하게 된다”며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 이전까지 주택과 증시 거래량이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장기로는 배당을 염두에 둔 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당투자를 추천하는 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내리면 배당수익률이 처음으로 시중금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은행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로 추가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현재 국내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1.1%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사내 초과유보금에 대한 과세정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1.5%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에서 올해 배당수익률이 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43곳을 뽑았다.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이중에서도 예상 배당수익률이 4.99%인 하이트진로가 1위에 올랐다. 한국전력(4.68%)·기업은행(3.77%)·GKL(3.66%) 등이 뒤를 이었다. 신한금융투자도 하이트진로·기업은행·GKL 등을 추천했다. 올해 기업 이익이 늘면서 3%이상 배당 수익을 낼 기업이다. 삼성증권은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유틸리티와 통신업종을 꼽았다. 한국전력·SK텔레콤·한전KPS 등이 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