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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돈 800조 … 짧게는 수출주, 길게는 배당주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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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를 찍었다. 시중에 돈은 풀렸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을 넘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7260억원을 기록했다.

 갈 곳 없는 돈을 위해 주요 증권사에게 ‘금리 1%시대’ 투자전략을 물어봤다. 답은 한결 같았다. “단기적으로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혜를 입을 수출 기업에 주목하고,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배당 활성화 정책으로 여력이 있는 배당주를 보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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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기 유망주는 금리 인하로 떨어진 원화가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들이다. 원화약세는 그동안 원화강세로 고전했던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해에는 특히 엔화대비 원화가치가 워낙 강세를 보였다. 원화가치가 내리면 석유·반도체·자동차 등 일본과 수출경쟁이 치열한 업종의 투자 심리가 살아난다. 김 연구원은 그 중에서도 반도체업종을 유망하게 봤다. 그는 “세계적으로 과점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이익이 눈에 띄게 늘 것”이라며 “여기에 원화값 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커질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가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도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과 증권주다. 국내 주택 거래량과 증시 거래대금은 정책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금리가 내리면 내수경기 부양과 위험자산으로 돈이 이동하게 된다”며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금리 인상 이전까지 주택과 증시 거래량이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장기로는 배당을 염두에 둔 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당투자를 추천하는 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내리면 배당수익률이 처음으로 시중금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은행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로 추가적인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현재 국내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1.1%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사내 초과유보금에 대한 과세정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1.5%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에서 올해 배당수익률이 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43곳을 뽑았다.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이중에서도 예상 배당수익률이 4.99%인 하이트진로가 1위에 올랐다. 한국전력(4.68%)·기업은행(3.77%)·GKL(3.66%) 등이 뒤를 이었다. 신한금융투자도 하이트진로·기업은행·GKL 등을 추천했다. 올해 기업 이익이 늘면서 3%이상 배당 수익을 낼 기업이다. 삼성증권은 전통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유틸리티와 통신업종을 꼽았다. 한국전력·SK텔레콤·한전KPS 등이 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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