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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아하, 그렇구나 노·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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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진=안성식 기자]

대한민국에서 성업 중인 노래방 숫자는 3만6000여 개(2004년 문화관광부 통계). 가라오케 원조인 일본에서 영업 중인 점포수가 1만여 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번성한 노래방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아사히 신문은 8월 '원조를 넘어선 노래대국'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기술.문화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노래방 문화를 소개했을 정도다. 1980년대 부산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친목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전 국민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노래방. 모임이 잦은 송년을 앞두고 노래방에 관한 궁금증을 모아 보았다.

*노래방 신곡은 누가 결정할까

노래방 열성고객이라면 최신곡을 먼저 찾아 부르는 재미를 놓칠 수 없다.

신곡은 평균 한 달에 두 번가량 업데이트된다. 금영이나 TJ미디어 같은 노래반주기 생산업체는 다양한 경로를 통한 리서치로 어떤 곡을 실을지 결정한다. 이들 회사에는 가요.팝.J-POP.중국노래 등 장르별로 한 명씩 선곡 담당자가 있다. 이들은 기획사에서 발매하는 새 앨범 정보를 모으고, 각종 인터넷과 모바일의 다운로드 순위를 분석한다. 인기가 있을 만한 노래를 먼저 골라내 업데이트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TJ미디어 이동섭 차장은 "선곡할 땐 가수의 인기도를 가장 중요시한다. 인기 가수의 타이틀곡은 무조건 선곡 영순위다. 그리고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장르인 락 발라드를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음악팬들의 신청도 주요 자료 중 하나. '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노래방엔 없지?'라는 불만이 있다면 노래반주기 생산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해 직접 신청곡을 올릴 수 있다.

*어떻게 노래책에 실릴까

수록곡이 결정된 후엔 반주 녹음을 한다. 웬만한 멜로디 라인과 반주는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지만 기타.드럼.바이올린 등 진짜 악기소리가 필요한 경우 직접 연주자를 섭외해 녹음한다. 코러스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빌려 직접 녹음한다. 금영의 김덕진 대리는 "요즘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져 노래방 반주도 가수의 앨범 제작과정 못지않은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믹싱(따로 녹음한 기타.베이스.피아노 등 여러 가지 소리를 하나로 섞는 작업)과 마스터링(전체적인 소리의 밸런스를 고르게 잡아 주는 작업)까지 거치고 나면 가장 중요한 성능 시험단계가 남아있다. 실제 노래방 반주기에서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다. 담당 직원들은 같은 노래를 열 번 이상 반복해 부르면서 노래방에서의 음질을 미리 점검한다.

이 과정을 마쳐야 신곡 리스트에 실리는 버튼번호가 부여된다. 번호는 컴퓨터로 만든 음악과 라이브 연주음악, 가요와 팝, 최신곡 등을 나눠서 맨 앞 자릿수가 다르게 매겨진다. 신곡 선정부터 노래책 수록까지는 보름 정도 걸린다. 수록된 노래는 현재 가요만 1만5000여 곡이다.

*저작권자에게 돈주고 부른다?

일반 노래방에서 한 시간 노래 부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보통 1만3000원~1만5000원. 여기엔 저작권료가 포함돼 있다. 노래방과 관련한 저작권은 복제사용료과 공연사용료 두 종류로 나뉜다. 우선 복제사용료는 반주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저작권협회에 지불하는 돈이다. 한 곡당 단가(최하 4원50전)에 사용한 곡수, 이 노래를 업데이트한 전국 노래방의 기기수를 곱해 복제사용료를 저작권자에게 지불한다.

공연사용료는 노래방 업주가 부담한다. 노래가 불린 한 방당 4500원에서 7500원을 월정액으로 내는데 노래방 면적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이렇게 징수된 전국 노래방의 공연사용료가 음악저작권협회로 모아져 저작권자들에게 배분되는 것이다.

올해는 버즈의 '겁쟁이''가시', 장윤정의 '어머나',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박효신의 '눈의 꽃'등이 전국적으로 100만 번 넘게 불려 저작권자들에게 짭짤한 수익을 안겼다. 2003년 이후 집계에 따르면 빅마마의 '체념', 윤도현의 '사랑TWO'가 500만 번 이상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노래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비결은 뭘까. 음정보다 박자 맞추기에 전념하라는 것이다. 노래방에선 음치가 박치보다 유리하다는 전문가의 귀띔이다.

글=이경란 JES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JES(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는 중앙일보 미디어네트워크 내 신문·방송·출판·인터넷에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관련 콘텐트를 공급하는 콘텐트 전문 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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