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규제자 2차「해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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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 대통령은 「정치풍토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정치활동을 규제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2차 해금조치를 25일 단행했다.
작년의 제1차 해금에 이어 이번 조치로 2백2명이 정치규제에서 풀려남으로써 당초 대상자5백67명 가운데 99명을 제외한 4백68명(사망자 16명포함)이 규제조치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정부당국자는 이번 조치가 구시대의 재생이 아니라 구시대의 청산을 위해서이며 화합과 참여의 폭을 넓히는데 그 뜻이 있다고 했다. 1차 때와 똑같은 맥락이다.
아직 1백명 가까운 사람이 풀려나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이번 단안에 따라 4밴50여명이 다시 정치적 참여의 자유를 갖게 된것을 진심으로 반영해마지 않는다.
그리고 이조치가 정부의 의도대로 국민화합을 다지고 정치적 안정을 더욱 굳건히 하는데 기여하기 바란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해방이후 네차례의 정치규제 입법을 경험했다. 해방직후의 반민족행위 처벌법 말고도 4·19후의 반민주행위자 공민권제한법, 5·16후의 정치정화법, 그리고 80년11월의 정치활동 쇄신을 위한 특별법이 그것이다.
정치적 변혁기마다 있은 특별입법은 지난날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정치형태와의 단절을 꾀한 것이지만 어떤 경우건 당초의 의도대로 되지 못한채 정치적 반목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곤했다. 제5공화국이 구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규제한 것은 구시대의 정치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묻고 다시는 그와 같은 혼란이 되풀이되지 못하도록 하자는데 뜻이 있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우리사회의 이런 악순환은 무수한 인재들이 보다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기여를 할수 있는 기회를 제한 당해 왔던 사실도 간과할수 없다.
지금 우리 형편에서 무엇보다 우선해서 이룩해야할 과제의 하나는 정치적 안정이다. 입법의 취지가 혼란을 막고 안정기반을 다지는데 있다고 한다면 일련의 해금조치는 정치적 안정에 대한 현정부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정치규제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보다 뚜렷한 현실감각을 갖고 문제에 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극단적인 흑백논리나 자기주장에 대한 지나친 짐작이 결과적으로 혼란을 빚어내고 특별입법이란 화를 자초할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특별입법이 있을 때마다 나름대로의 이유와 명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국민의 공민권 제한이 헌법이 명시한 기회균등의 정신은 물론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뜻에서 정부의 해금조치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1차 해금 때와는 달리 이번 해금자 가운데는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시기적으로 1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해금자들의 향배에 따라 신당의 창당을 비롯해서 정계의 부분적 개편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건 이번 조치가 정국에 큰 변화를 일으킬만한 요인이 될것 같지는 않다.
소급입법으로 일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은 그 동기야 어떻든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헌정사의 비극이다.
2차 해금에 이어 나머지 피규제자에 대한 후속 해금조치를 기대하면서 이번 해금발표가 모든 국민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깨끗하고 명랑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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