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OS 타이젠 … 사물인터넷 시장 정조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시장은 이 새로운 동맹을 주목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미국의 인텔, 리눅스파운데이션이 주도해 내놓은 ‘타이젠(TIZEN)’이란 새로운 운영체제(OS)의 이야기다. ‘묶는다(Tie)’는 영어 단어와 ‘선(禪·Zen)’을 합쳐 이름을 지은 타이젠은 올들어 큰 변화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올초 인도에서 타이젠폰 Z1을 내놓았고, 타이젠 TV도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은 앞으로 나올 모든 TV·세탁기·냉장고 등 가전기기에 타이젠을 적용한다. 구글(안드로이드)과 애플(iOS)이 양분하고 있는 OS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상하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통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 타이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원진(48)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부사장은 10일 “시장이 제3의 운영체제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구글코리아 초대 지사장과 한국인 최초 구글 본사 부사장을 지내고, 지난해 삼성전자에 합류했다.이하는 일문일답.

 -왜 타이젠인가.

 “스마트폰에만 최적화된 OS를 만드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다. 현존하는 것보다 더 좋은 운영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바로 제3의 운영체제다. 문서작성만 하던 컴퓨터가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세상이 바꼈고, 휴대폰이 연결되며 또 한 번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모두 지켜봤다. (특정 기기가 아닌) 수많은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 최적화된 운영체제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그것이 타이젠이다.”

 -왜 TV에 적용을 했나.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TV를 통해 또 한번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미국 소비자들은 하루 6시간씩 TV를 본다. 기존과 변화가 없다. 하지만 스마트 TV로 넷플릭스(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를 사용한다. 오후 6시 이후부터 1일기준 전체 미국의 인터넷 사용의 50%가 넷플릭스에서 발생한다. 그 정도로 TV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앞으로 가능성은 한도가 없다. 삼성전자가 한해 판매하는 TV의 절반이 스마트 TV다. TV에 맞는, 빠르고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OS를 개발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맞출 수 없다. 앞으로 TV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타이젠을 계기로 삼성이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OS를 팔아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타이젠을 팔아 직접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은 우리 비전과 맞지 않다.타이젠에 삼성이 투자하고 하드웨어,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은 다양한 기기 사용자에게 ‘이용자 경험’을 완성해주고 싶어서다. 이를 위해선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삼박자가 다 맞아야 한다.”

 -다른 가전회사나 TV 업체들이 타이젠을 채택한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은.

 “타이젠 생태계가 구축되야 한다.기술적인 것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요소적인 것을 감안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제 막 TV가 나온 시점에서 타이젠 확산 전략을 이야기하기보다 먼저 생태계 정착을 시키고 이후에 개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누가 적이라고 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져 어느 한 회사가 주도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어려워졌다. 힘을 모으지 않으면 변화시킬 수가 없다.UHD(초고화질) 얼라이언스를 만든 까닭도 여기에 있다.제조사,컨텐츠업체,유통회사가 모여야만 사용자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전달할 수가 있다.”

 -삼성전자가 가고 있는 방향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회사이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춰가는 회사로 변화하려 하고 있다.기존엔 물건을 잘 만들어 고객에게 “여기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이젠 제품을 출시하고 끝나질 않는다. 고객이 구입한 이후에도 계속 TV는 진화한다.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사용자들이 이를 이용해야 더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 TV를 고객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