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 기자의 노래가 있는 아침]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베인떼 아뇨스(veinte anos)'

중앙일보

입력

부러웠습니다.
건너 건너 알고 있는 한 여동생이 쿠바를 여행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요.
아마 이 앨범이 생각나서 더욱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1996년 재즈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가 쿠바에 가서 현지 베테랑 뮤지션을 모아 팀을 결성합니다.
그리고 쿠바의 소울이 가득 담긴 이 명반이 탄생합니다.
멤버 대다수가 결성 당시에도 고령이었던 터라 이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죠.

라이브로 다시 들을 수 없어 더욱 애틋합니다.
그 중에서 특히 이 노래가 백미에요.
부에나 비스타의 유일한 여성 멤버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가 부릅니다.
들으면서 한글 번역본을 읽어보세요.
쿠바의 골목길이 슬며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예전에 사랑했었다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이미 지나간 사랑은 기억해선 안 되겠지요
먼 옛날 나는 당신 인생의 꿈이었는데
지금은 과거를 의미할 뿐이고
나는 그때와 같아서는 안 되겠지요
누구라도 원하는 일들이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당신은 이십 년 전과 똑같이 나를 사랑하겠지만
사라져가는 사랑을 슬프게 바라봅니다
처참하게 부서져 버린 영혼의 한 조각이지요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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