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롯데 이종운 감독 “재밌는 야구 하겠다…롯데 믿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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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간스포츠]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신임 사령탑을 맡은 이종운(49) 감독을 만나기 위해 10일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사직구장으로 향하다 택시기사에게 "올해 롯데가 어느 정도 잘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50대의 택시 기사는 백미러로 기자를 흘끗 살피더니 "롯데는 딴짓 하지 말고 야구나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롯데를 바라보는 부산팬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지난해 롯데는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구단과 선수단의 갈등이 불거지며 롯데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났고, 팀 순위는 7위로 곤두박질쳤다. 사장과 단장을 교체하고, 감독을 교체하면서 반전을 준비 중이지만 팬들의 기대는 크지 않다. 에이스 투수 장원준(30)이 두산으로 떠난데다 뚜렷한 전력 보강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종운 감독은 "재밌는 야구를 하겠다. 롯데를 믿어달라"고 힘줘 말했다.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롯데가 약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게 야구의 매력 아닌가."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지옥훈련으로 유명한데 롯데도 강도 높은 겨울 훈련을 했나.

"'지옥훈련'이 무조건 효과를 보는 건 아니다. 밖에서 볼 때 훈련량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계획대로 겨울훈련을 마쳤다. 우리 선수들의 훈련 자세와 기량이 생각보다 좋았다.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90점을 주고 싶다."

-2009년 다승왕 조정훈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하체 단련을 위해 러닝을 많이 시켰다. 본인은 빨리 공을 던지고 싶어했지만, 천천히 가자고 설득했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른팔꿈치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던 조정훈은 1730일 만의 등판이었던 지난 8일 SK와의 시범경기에서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고 무실점했다.)

-올 시즌 기대를 거는 선수는.

"단연 강민호다. 지난 2년간 부진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더라. 훈련도 많이 했고, 자신감도 붙었다."

-지난해 롯데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모두가 잘못한 거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우리 팀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난해 롯데는 원정 숙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선수단을 감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팀 분위기가 망가지자 순위는 곤두박질쳤다.

-어려운 상황에서 감독을 맡았는데.

"롯데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고도 한다. 그러나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감독으로 선임되자 말하기 힘든 희열을 느꼈다."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김경문 NC 감독님의 카리스마가 탐난다. 과묵하면서도 내공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무게를 잡고 싶진 않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처럼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고도 싶다."

-일부 팬들은 롯데 야구단을 인수해 시민구단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우리가 오롯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당장은 미덥지 않겠지만 새로 시작하는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 거리에서 만나는 팬들은 오히려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그들에게 롯데다운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롯데다운 야구는 어떤 건가.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게 1992년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내실있는 팀이었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고, 서로를 믿었다. 우승 전력은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팬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다."

부산=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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