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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폐기물을 고부가 가치 시멘트로 만들다

중앙일보

입력

철강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고부가 가치 시멘트로 만들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원장 김용주)과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단장 조봉규)은 고철을 철로 제조하는 공정 중에 배출되는 폐기물인 제강 환원 슬래그(slag)를 속경(速硬) 시멘트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제강 환원 슬래그는 철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배출되는 비금속 성분의 폐기물(찌꺼기)이며, 속경 시멘트는 빨리 굳는 성질을 가진 시멘트를 말한다. 일반 시멘트의 경우 굳히기(양생)작업이 보통 20일 이상 걸리지만 속경 시멘트는 3시간에서 7일이면 끝나기 때문에 도로 긴급보수나 콘크리트 수중작업 등에 활용된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액체 상태의 제강 환원 슬래그를 강한 바람으로 급속 냉각시키고, 이때 만들어진 유리질 모양의 결정체를 분쇄하고 여기에 석고 등의 첨가제를 섞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개발로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속경 시멘트 시장규모는 연간 300억 원 정도인데,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72만 톤 규모의 제강 환원 슬래그가 발생, 대부분 폐기물로 단순 매립 처리해왔고, 이로 인해 먼지와 오염 침출수 발생 등이 문제가 됐다. 제강 환원 슬래그 72만 톤을 모두 속경시멘트로 제조할 경우 연간 2880억 원 어치의 시멘트를 생산할 수 있고, 또 43억 원의 환원슬래그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속경 시멘트 제조방법 대신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적용할 경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도 연간 50만 톤 정도 줄일 수 있다. 속경 시멘트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고온제조(소성) 공정이 필요없어 에너지 소비량이 기존 제조법의 8%에 불과하다.

한편 이번 재활용 기술은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탑(Global Top) 환경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다. 글로벌탑 환경기술개발사업은 환경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기술개발을 통한 수출 사업화와 환경산업 육성을 목표로 2011년부터 10년간 총 7820억 원을 투입하는 연구개발 사업이다.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공주대, (주)에코마이스터, 동양시멘트(주)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은 "이번 기술 개발은 다양한 환경 분야 현안을 해결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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