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거용"으로 오해 말았으면…총리실『민의 파악』암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초부터 시작된 총리실의「민의 파악」「현장확인」작업은 여러 가지로 많은 추측과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총리실이 직접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는데 다 올해가「선거의 해」 라는 점과 관련시켜 혹종의 정치성이 있는 것이나 아닐까하는 억측마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에선『새삼 무슨 민의 파악이냐. 그동안은 민심의 소재를 몰랐다는 말이냐』 는 빈정거림도 나왔다. 또 총리실 자체에서 이 사실을 지나치게 쉬쉬하는 바람에 더 눈길을 끈 측면도 없지 않다.
학원·농촌·일선 행정기관 등을 현장 점검한 총리실의 민의 파악 작업은 무엇을 보고 듣고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총리실의 현장파악 3제중 복교조치이후의 대학동향과 전망파악은 진의종총리의 직접 지시로, 농촌실태 확인작업은 농어민·도시서민 등에 대한 진총리의 관심과 여야의원들의 문제점 지적에 따라 총리실 고위관계자가 지시함으로써 정보비서실 주관 하에 각각 추진됐다.
또 동사무소 등 일선행정기관에 관한 현장점검은 고의충의 특명으로 행정조정실 책임 하에 이뤄진 것인데 우연히도 거의 같은 시기에 일을 벌이게돼 크게 보여졌다는 관계자의 설명.
3개 반으로 구성된 학원팀이 둘러본 곳은 서울대·연대·고대·경희대 등.
이들은 교수·학생·학교당국자들과 직접대화를 나누고 학원문제의 여러 측면에 관해 기탄 없는 의견교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도 보고들은 내용을 솔직하고 소상하게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 교수제가 교수를 학생감시자처럼 보이게 하여 오히려「지도」를 저해할 뿐 아니라 불신을 더하고있다.
-학내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제약하는 듯한 처사가 불만의 소지가 되고있다.
-문교부가 주도하는 대학운영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득이 되겠는가, 라는 등 10여 가지의 문제점이 거의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교수의 권위 확립을 위한 지도 교수제 폐지와 학내 모든 일을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교수회의」설치△보다 자유스런 분위기 보장 등「자율성 제고」를 주로 하는 개선방안·대책이 제시됐다는 것.
진총리 자신도 이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 서면보고서 제출에 앞서 현장을 다녀온 관계관들을 불러 세세한 부문까지 청취하는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총리가 2, 3급 비서관을 직접 불러 중요국정에 관해 의견을 개진케 한일은 과거에는 거의 없었던 일로 한 고위측근은『학원을 진정한 의미에서 정상화시켜보자는 진솔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
그는 진총리가 문교부의 업무 보고를 받는 사리에서『더 이상「학원문제」라는 말이 없도록 하라』『인내심을 갖고 설득, 원만하게 마무리짓도록 하라』는 당부를 반복하더라고 전했다. 진총리는 현장 확인팀의 보고내용을 직접 관계부처에 전달하진 않았지만 수시로『이런 얘기가 있는데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넌지시 말해 그 중엔 문교부업무에 반영된 것도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이들의 생생한 보고내용이 어떻게 소화돼 시책에 반영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현안을 직친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노력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 평가가 주어지고 있다.
연고지별로 중부·영남·호남 등에 내려간 3개 반의 농촌조사원은 추곡수매 현황·영농비 상환·학자금조달 등의 농촌경제문제, 이농·축산물가격 등에서 비롯된 농민의 불만, 소외의식 등을 살피고 나름대로의 대책을 제시한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바쁜 일정 때문에 진총리는 아직 이 보고서를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채널을 통한 현황보고와 동료지역구의원들의 입을 통한 현지실정간에 차이를 느낀 진총리가 이 보고서를 보고 어떤 정책조정을 할진 알 수 없지만 농정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
보고서내용은 관련자들이 모두 입을 봉하고 있어 별로 알려지진 않았으나△추곡가와 수매량 및 농축산물 가격 저렴에 관한 농민의 불만△양돈 등 일부 농가부업의 불안정성 문제△비닐하우스 등에 관한 영농기술지도에 대한 현지의 희망△현지와 도시판매가격간에 큰 격차를 보이는 과일류 유통문제△농약문제△영농 자금의 조기·적시 방출 등에 관한「알맹이 있는」내용이 있다는 얘기다.
또 젊은층의 이농으로 인한 노동력부족과 신부감을 구하기 어려운 시골 청년들의 결혼문제도 지적사항에 들어갔다는 것.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일선 행정기관을 점검한 6개 일선기관원은 대민업무담당 공무원들의 업무가 과다하고 보수가 낮아 사기 또한 낮다는 등의 문제점을 보고 왔다.
내무부·서울시의 지원하에 이들은 암행작업 중 일선공무원들의 민원인 접촉·전화 수신자세 등 대민봉사 태도까지 세밀하게 체크했다.
이들이 보고 온 자료를 토대로 현실적 개선방안을 수립하기까지에는 수개월이 더 걸리리란 설명인데 한 관계자는 일선 지방행정기관의 모습을 바꿀 획기적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
이 같은 현지확인과 민의 파악작업을「선거의 해」와 결부시키는 일부의 눈초리에 총리실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총리실 관계자는『일상적 업무수행에 따가운 눈길을 보내면 어떻게 일하느냐』『모든 것을 선기와 결부시키면 곤란하다』고 호소하면서 아울러 국민들의 과잉기대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현장확인을 강조하는 전두환대통령의 지시나 진총리의 그동안의 업무스타일을 보면 이번 민야 파악 작업은 하나도 이상할게 없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 진총리는 취임 후 1백10여일 동안 1백1회에 걸쳐 6백50여명의 각계 인사를 면담했고 71회의 지방시찰,93회의 업무보고를 받는 등 각계의「소리」를 직접 듣는데 주력했다.
지금까지는 각계의 대표자·장들을 주로 만났지만 앞으로는 일선 근로자·실무자들까지도 수시로 만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자세는 몇 차례 낙선까지 겪은 정치인으로서 야당의원(신민).각료(보사), 집권당의 정책위의장·대표위원을 거친데서 나온 것이라고도 말해지지만 최소한 일반서정에 관한 일로 최고지도자에게 누를 끼치진 않겠다는 그의 자세 때문이라는 평도 듣는다.
요컨대 문제는「선거용이다」「아니다」는 시비에 위축되기보다는 파악된 민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렴, 국정에 반영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김현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