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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무용 연출, 성악가는 뮤지컬 도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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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달콤한 인생’ ‘반칙왕’ 등을 만든 김지운 감독이 무용 연출자로 나선다. 오는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어린왕자’에서다.

이 작품의 안무를 맡은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현대무용의 대중성을 높이고 좀 더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기 위해 김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김 감독이 무용인들과는 또 다른 시각으로 ‘어린왕자’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영상이 좀 더 영화적인 요소로 들어왔을 때 관객들이 현대무용을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 감독처럼 장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예술계 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古)음악계의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는 다음달 28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한국 초연하는 뮤지컬 ‘팬텀’의 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에 캐스팅됐다. 성악과 출신 뮤지컬 배우는 흔하지만, 이미 클래식계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성악가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이다. 서울대 성악과와 독일 칼스루에 국립음대를 졸업한 임선혜는 스물세 살에 벨기에 출신 지휘자 필립 헤레베게에게 발탁된 뒤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해 왔다. 임선혜는 “성악가는 마이크 확성 없이도 소리가 극장을 울리도록 발성과 호흡을 훈련받는다. 전자음향으로 드라마틱한 효과를 추구하는 뮤지컬과 가장 다른 점이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새롭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팬텀’의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에 따르면, 임선혜를 캐스팅하기 위해 ‘팬텀’의 연출자 로버트 요한슨이 2년 전부터 몇 차례 장문의 편지를 써보내고 카네기홀 공연차 뉴욕을 방문한 임선혜를 찾아가 만나는 등 공을 들였다고 한다. 또 그의 캐스팅이 확정된 뒤 ‘팬덤’의 작곡가 모리 예스톤은 고난이도 기교를 드러낼 수 있는 크리스틴 다에의 넘버 두 곡을 새로 만들었다.

 뮤지컬 ‘팬텀’에는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도 출연한다. 1998년부터 15년 동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자리를 지킨 김주원은 ‘팬텀’에서도 발레리나인 벨라도바 역을 맡았다. 김주원은 “발레나 뮤지컬 모두 여러가지 예술을 모은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면서 “발레 이외에 또 다른 ‘언어’를 익힐 기회가 있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정상급 전문 예술가들의 ‘벽 허물기’ 도전에 대해 공연계에서는 관객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신선한 바람이라는 측면에서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장르간 협업과 융합은 현대 예술의 특징이다. 협업이 잘 이뤄져 조화를 이루면 각 장르가 따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장르 사이의 교감과 이해가 불충분할 경우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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