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분야 인기 지속될 듯|급변하는 대입 고득점자들의 이공계학과 선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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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입학력고사 고득점자들의 이공계대학 학과별 선호도가 현저하게 변모하고 있다.
82년부터 전자공학과 등 일부첨단기술 관련학과에서 보여왔던 대입학력고사 고득점자들의 집중 지원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어 올해는 유전공학·로보트산업 등과 관련된 미생물학과·제어계측학과 등에까지 폭넓게 확산되었다.
또 인기가 좀 떨어졌던 물리·수학·천문학 등의 기초학문분야도 고득점 학생들의 관심학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그간 이공계우수학생들이 당연하게 택하는 학과로 지목되어 왔던 의예과 및 치의예과의 선호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는데 이 같은 일련의 현상들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3개 대학 이공계학과의 커트라인 및 지원패턴을 분석해보고 그에 따르는 문제점과 대책 등을 알아본다.
현행 대학입학학력고사의 전신인 대입예비고사는 지난 69년부터 시행돼 73년까지는 대입지원자격 여부만을 판정하는 기준이었으나 74년부터 일부나마 수험점수로 가산되어오다가 81년 학력고사로 개편되면서 전체 수험점수의 70%을 차지하게돼 합격여부에 중요한 관건이 되어왔다.
그런데 74년부터 8l년까지는 모든 대학이 계열별 모집을 했기 때문에 계열별(학과별) 커트라인 순위는 거의 변동이 없는 패턴을 유지해왔다.
즉 서울대의 경우▲의예과▲치의예과▲공대▲자연대▲약대의 순이었고 연세대의 경우는▲의예과▲치의예과▲수·물·화 계열▲공대▲생물·생화학계열 순이었다. 또 고대는▲의예과▲전기·전자계열▲금속·재료계열▲기계·산업공학계열▲건축·토목계열의 순서였다.
82년 이후 학과별모집이 확대되면서 각 학과별로 뚜렷한 선호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서울대의 경우 81년까지 4위에 머물렀던 기초분야인 물리·천문학과(자연대)는 82년 2위로 올라섰고 반면에 2위였던 치의예과는 4위로 밀려났다.
이와 같은 자리바꿈은 83년에 더욱 심화되어 전자공학과(공대)가 1위로 등장하더니 전산기공학과가 4위, 항공공학과와 제어계측학과가 공동5위로 들어서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현저한 선호경향을 보였다.
특히 올해는 전자공학과의 커트라인이 문·이과 통틀어 수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전산기공학과가 2위, 물리학과 4위, 제어계측학과와 미생물학과가 공동 5위를 차지해 첨단기술분야가 상위자리를 굳혔다.
연세대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강한 의예과와 치의예과가 계속 강세를 보여 1, 2위를 고수하고 있으나 3위는 전자전산학과가, 다음으로▲전산과학과▲물리학과▲생화학과의 순으로 전체적으로는 역시 첨단기술 및 기초과학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산과학과는 83년에 신설됐는데도 개설하자마자 계속 4위를 유지하고 있어 컴퓨터분야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도 읽을 수 있다.
한편 고려대도 의예과가 매년 가장 높은 커트라인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전반적으로는 첨단기술분야를 접할 수 있는 학과의 선택경향이 강해져 전자전산공학과가 83년 이후 2위 자리를 굳혔고 산업공학과와 물리학과도 상위그룹에 계속 올라있다.
특히 올해 신설된 유전공학과와 전산과학과는 신설 초년도 임에도 불구하고 이공계학과 중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해 앞으로도 첨단기술 관련학과가 신설 될 경우 이들 학과에 대한 고득점 수험생들의 집중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문제는 수험생들이 과연 이들 학과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를 하고 또 어떤 전망을 갖고 지원하는가에 있다.
김고중 편집장(진학지)은 『최근 수년간 학생들의 학과지원경향을 보면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매스컴이나 진학관계자들의 의견에 무작정 편승해서 지원하는 패션적 경향이 많다』고지적하고 「이 때문에 파생되는 진로수정과 도중하차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고2, 또는 그 이전부터 대략적인 지원분야를 설정하도록 수험생과 주위에서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영원 국립과학관장은 『첨단기술분야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어쨌든 반가운 일』 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유망한 분야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미래에 유망하리라고 예상되는 분야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영기교수(서울대)는 『기초분야에 대한 관심이 조금 고조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응용분야쪽에 쏠리는 경향이 두드리진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반도체·유전공학 등 첨단기술분야도 물리·화학 등 기초학문의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고 기초학문 쪽에서의 접근이 오히려 빠를 수도 있다』고 기초학과의 전망을 역설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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