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충고한 메르켈 "과거와 마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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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9일 "독일이 유럽에서 화해할 수 있었던 건 먼저 (독일이) 제대로 과거와 마주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올바른 역사관을 간접 주문했다.

그는 9일 오전 아사히(朝日) 신문사와 '베를린 일·독 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강연회에서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국제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지는 행운을 누렸다"며 "이는 독일이 제대로 과거와 마주하는 한편 연합국 또한 과거를 극복하는 독일을 지켜봐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전후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를 예로 들면서 "당시 두 나라 관계는 독일어로 '상속(계승)되는 적대관계'라 불렸지만 서로 한걸음씩 다가가려는 것부터 시작해 관계 개선을 이뤄냈다"며 "이웃나라(프랑스)의 관용과 독일이 과거를 제대로 직시하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북아의 이웃나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독일이 이에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일 관계에 대해선 "가치관도 그렇고 기술력에도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보다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역대 과거사 사죄 발언

2015년1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0주년 기념식 “나치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의 영원한 책임이다.”
2014년2월 예루살렘 방문 독일-이스라엘 정상회담 “홀로코스트는 유일무이했으며 우리는 당시 역사로부터 계속 배워야한다.”
2013년8월 다하우 나치 강제 수용소 추모관 방문 “수감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2009년9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 “독일이 시작한 전쟁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했다. 희생자들 앞에 무릎 꿇어 사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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