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1번지』·『웃으면 복이 와요』 억지많아 오히려 재미반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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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텔리비전이 갖는 여러가지 기능가운데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오락성이다.
이 오락성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즐기기 위해 TV수상기 앞으로 모여들고, 방송국에서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더 많은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방송국이 추구하는 「재미」가 가끔은 상식을 뒤엎을 정도의 「억지」로 변모돼 나타나 시청자들을 당황케 한다. 21일 밤 KBS 제2TV 『유머1번지』 「겉치레 속치레」는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상사의 집들이를 소재로한 이 코미디는 같은 상황을 놓고 겉치레와 속치레가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준 것이었다.
겉치레는 유행가를 구성지게 부르는 상사의 딸에게까지 『개성있다』고 할 정도로 비위를 맞추는 내용이었고 속치레는 벽면에 걸린 그림까지도 『벽에 얼룩이 있느냐』고 시비·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결말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속치레보다는 겉치레가 좀더 나은 것 같다」는 코멘트까지 달고있어 통상 겉만 번지르르한 겉치레보다 내면을 다져가야 한다는 일반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결론이었다.
속치레를 비난 일색으로 몰고간 것에서부터 시작된 코미디의 억지는 자가당착에 빠져 시작과는 달리 모순된 결론을 내릴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말았다.
이같은 억지는 11일 방영된 MBC-TV 『웃으면 복이 와요』의 「가다보니 딸꾹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웃으면…』의 경우 제목에서부터 억지를 강하게 쓰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딸꾹질」이라는 신체적 증상과 「가다보니」라는 행위진행이 어떻게 조합될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반면 21일 KBS 『유머1번지』의 입시박물관 콩트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합격자발표 현장을 소재로한 이 콩트는 오늘의 현장을 미래에서 되돌아본 설정도 재미있었고 로보트들의 두마디 내외의 간략한 대화를 통해 입시를 둘러싼 사회병폐를 풍자한 것은 근래 보기드문 압권이었다.
코미디프로그램이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많은 제약을 받고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리한 「재미」를 위해 억지를 쓰는 것은 오히려 그나마의 재미마저도 반감시키는 역효과를 빚는다. 시청자들은 보다 솔직한 재미를 고대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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