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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파일] 한국영화 리메이크 붐, 미국 찍고 일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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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웬만한 영화팬이라면 어느 영화를 말하는지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바로 허진호 감독, 한석규.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다. 지금 일본 극장가에서는 같은 제목에 같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배경과 등장인물을 일본풍으로 바꾼 리메이크 작품이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나가사키 슌이치(長崎俊一.49)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가수이자 배우인 야마자키 마사요시(34)와 CF모델 출신 세키 메구미(20)가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19일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나가사키 감독을 만났다. 그는 "9월 말 도쿄에서 개봉한 뒤 반응이 좋아 일본 전국으로 확대됐다"며 "원작이 일본 관객들에게 친숙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제작사에서 리메이크 제의를 받고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니 참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남자 주인공을 맡은 야마자키에게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어떻게 일본 현실에 맞게 고치느냐 하는 것이었다. 특히 심은하가 연기한 주차단속원은 일본에는 없는 직업이었다. 그래서 여주인공의 직업을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바꿨다. 교사라면 학생들의 사진을 뽑기 위해 사진관을 자주 들락거린다는 설정이 가능했다.

나가사키 감독은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며 "리메이크의 한계를 벗어나 나 자신의 작품으로 소화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작이 인물들에게 거리를 두고 객관화하려고 했다면 이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거리감을 줄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8월…' 외에도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는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할리우드는 2000년 '조폭마누라'를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올드보이' 등 10여 편의 리메이크 판권을 매입해 작업 중이다. 중국에서는 한국 영화 '동감'을 리메이크한 '애단료선(愛斷了線)'이란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차태현.송혜교 주연의 '파랑주의보'로 다시 만들어져 다음달 말 개봉 예정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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