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없이 여론에 떠밀려 가” “기본권 침해 소지 많은 허점투성이 법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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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 06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새누리당 권성동·김용남·김종훈·안홍준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 4명은 왜 끝까지 반대 의견을 고집했을까.

‘김영란법’ 반대표 던진 의원 4명

 김종훈(서울 강남을) 의원은 6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부정청탁 금지 조항을 넣는 바람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아졌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해당 관공서에 민원을 해결해달라고 하고 싶어도 부정청탁의 기준이 모호해 공정한 청탁인지 부정한 청탁인지 판단할 수 없다”며 “부정청탁 조항을 빼는 대신 금품수수 금지 조항의 완성도를 높여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으로 한·미 FTA 협상을 주도했던 ‘협상 전문가’인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8인 중의 한 사람으로 법안 실무 협의에도 직접 참여했다.

 김 의원은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게 협상의 기본인데도 여야 모두 협상을 한다기보다 여론에 떠밀려 갔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도 빨리 처리하라고 재촉하고, 반대했다가는 여론의 빗발치는 화살을 받을 테니까 법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들은 하면서도 ‘어~어~’ 하고 가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남(경기 수원병) 의원은 ‘배우자 금품수수 신고 의무(불고지죄)’ 조항의 비현실성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배우자가 어디서 선물을 받아왔는데 이걸 신고했다고 하자. 처벌받는 것과 별도로 수차례 수사기관에 불려 가서 조사받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무혐의가 됐다고 해도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부부간에 고발 의무를 강제하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은 “한마디로 허점투성이의 법안”이라며 “완벽한 법률을 만들 기회가 있음에도 여야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급하게 처리한 것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영란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100만원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고, 101만원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이렇게 1만원 차이로 처벌이 극단적으로 나뉘는데 누가 이 법을 납득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기업 신용평가기관, 식품평가검정기관 등 공공성을 띤 민간 영역이 많은데도 민간 언론사와 사립학교 교사만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안홍준(경남 창원마산회원구) 의원도 반대 이유에 대해 “중요한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느니 차라리 충분한 논의를 거쳐 4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1년4개월의 유예기간을 뒀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반대표를 던졌지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소신 있다고 격려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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