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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세 재미동포,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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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자폐증세를 딛고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조영식씨가 대학 졸업식 때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아버지 조원영씨, 여동생 경식씨, 조씨, 어머니 미라씨. [LA=연합뉴스]

20대 재미동포 2세 청년이 자폐증세를 딛고 변호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펠리세이즈에 살고 있는 조원영(58).미라(49)씨 부부의 아들인 영식(27)씨. 영식씨는 1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1978년 미국에서 태어난 영식씨는 돌을 갓 지낸 뒤 B.C.G 접종 부작용으로 두달간 입원하게 되면서 왼쪽 겨드랑이 부위를 크게 도려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어 결핵으로 5년간 투병하는 등 어린 시절을 병마와 싸우며 보냈다. 병치레를 겪으면서 그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심하게 기피하게 됐다.

툭하면 울고 다녔던 그의 폐쇄적인 성격은 초등학교 6학년까지 나아질 줄 몰랐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운영해 오던 세탁소를 아내에게 맡긴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들과 학교를 함께 오가는 등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켰다. 그 사이 자폐증세도 상당히 호전됐다.

아버지의 헌신적 보살핌으로 영식씨는 뉴욕 유니언대학을 졸업한 뒤 2003년 새크라멘토에 있는 로스쿨에 진학했다. 하지만 로스쿨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안면근육 마비 증세가 심해지자 학교 측은 학업 중단을 권유했다. 이에 아버지가 주거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 새크라멘토로 옮겨 아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함께 생활했다.

하루 4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하는 강행군 끝에 합격 통지서를 받은 영식씨는 "몸이 불편해 남들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아야 했는데 부모님이 헌신적으로 도와주셨기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면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자폐증세가 있는 아들을 돌보면서 이 방면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쌓은 아버지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이나 그 부모와 상담하는 자원봉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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