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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화성 총기난사의 수사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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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전익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전익진
사회부문 기자

도대체 왜 그렇게 꼭꼭 숨기는 것일까.

 네 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시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게 있다. 범인 전모(75)씨가 범행 전 남양파출소에서 다섯 차례 사냥용 엽총을 찾아갔다가 다시 맡긴 시간이다.

 전씨가 형(86)과 형수(84), 그리고 출동한 이강석(46) 남양파출소장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달 27일. 전씨는 그전인 지난달 16일과 17일, 23·25·26일에도 총을 꺼내갔다 되맡겼다.

 총을 내주는 경찰 입장에선 얼핏 ‘수렵 허가 기간이 끝나기 전에 실컷 사냥을 즐기려나 보다’ 생각했을 수도 있다. 수렵 허가 기간이 지난달 28일까지니까.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씨가 수렵 허가를 받은 곳은 강원도 원주시 일대다. 전씨가 총기를 맡겨 둔 남양파출소에서 승용차로 거의 두 시간 거리다. 당일치기로 가서 산을 헤매며 사냥을 하고 오기에 만만찮은 거리다. 아침 일찍 나서서 저녁 늦게 돌아와야 가능하다. 75세인 범인 전씨가 운전을 해서 가고, 산을 누비다 다시 운전해 오기는 힘이 부치지 않을까. 그것도 거의 매일 그랬다면 말이다.

 실제 경찰 수사 결과 전씨는 총을 찾아간 날에 화성시를 벗어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총을 가져가서 범행 연습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자는 이에 더해 한 가지 추측을 더 해봤다. 혹시 오전 10시쯤 찾아가 범행을 모의하고 오후 3~4시쯤 반환하는 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건 도저히 원주까지 가서 사냥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할 수 없는 시간이다. 만일 그랬는데도 경찰이 의심 없이 계속 총기를 내줬다면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지난달 25일 세종시에서 사냥용 엽총 난사 사건으로 네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전씨가 총기를 찾아간 26일과 범행을 저지른 27일에는 경찰이 총기 관리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자는 경찰에 총기 입·출고 시간을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이랬다.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 직접 수사를 하는 화성서부경찰서도 경기경찰청도 마찬가지였다. 사건 이튿날인 28일부터 5일까지 거듭해 입·출고 시간을 물어도 답은 똑같았다.

 물론 수사를 하면서 범인 검거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가 걱정되는 사안이라면 공개하지 않는 게 옳다. 하지만 총기 입·출고 시간은 범인 검거나 명예훼손 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수사를 내세워 총기 입·출고 시간을 꼭꼭 감추는 건 왜일까. 행여 총기 관리를 허술히 한 점을 눈감아주려는 ‘제 식구 감싸기’는 아니길 바란다.

전익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