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전세계가 부채 함정 빠져 … 해외에 자산배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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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그동안 당연시되던 부채 증가 사이클(Super Debt Cycle)은 끝나고 우리 세대는 엄청난 ‘부채의 함정’(debt trap)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일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 세계 각국은 2차 대전 이후 경제를 이끌었던 베이비부머 시대가 끝나고, 인류의 수명연장과 저출산으로 인한 사회비용 증가가 당면 과제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부채의 함정이란 경제 주체가 과도한 부채에 시달려 소비나 투자를 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수명 연장으로 노후가 길어지면서 퇴직을 해도 은퇴를 미룬 채 기회만 오면 일터로 나가야 하는 ‘반퇴(半退)시대’에 부채의 증가가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박 회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임직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편지 경영’을 했다. 2006년 증시가 단기 급락할 때도 편지를 썼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예상보다 신흥국 시장의 하락폭이 컸다”는 글을 보냈다. 그런 그가 이번에 호주 시드니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비행기에서 다시 펜을 들었다. 이번 편지의 열쇳말은 ‘부채’ ‘해외투자’ ‘중국’ 이었다.

 그는 “(부채의 함정에 빠졌을 때) 혁신을 통한 생산성과 경쟁력의 증대 없이는 어느 국가나 기업도, 개인조차도 사실상 탈출구가 없다”며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저금리는 경제 사회적으로 큰 위험이 내재돼 있음을 말하고 있고 우리 모두의 미래설계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부채문제는 소득 증가를 통해서도 풀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부채축소와 동시에 글로벌 자산운용을 통한 자산의 수익률 증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금리시대에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과 글로벌 자산배분은 고객의 미래설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해 1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를 보면서 중국자본의 시대가 이미 투자 쪽에서도 시작됐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그룹 실질 자기자본을 3년 안에 10조원까지 확충하고 2011년 인수한 골프용품업체 아큐시네트도 내년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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