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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수리수리마수리 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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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꼬마 마법사들 사춘기로
스토리 한층 진지해져

해리포터는 판타지 영화다. 그런데 '해리포터' 4탄의 감독은 뜻밖이다. 컴퓨터그래픽(CG)은 물론, 특수효과를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실사 전문' 감독인 마이크 뉴웰이 뽑혔기 때문이다. 영국 출신인 그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에서 보듯 오히려 드라마에 무게를 잔뜩 싣는 스타일이다.

무엇을 노렸을까. 18일 일본 도쿄의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뉴웰 감독은 "나는 CG에 대해 '문외한'이다. 특수 효과 장면은 아예 그림을 그려서 CG팀에 요구하는 식으로 해결했다"고 털어놓았다. 대신 그가 겨냥한 타깃은 '현실감'이었다. "얼마나 환상적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실적이냐"로 그는 판타지 영화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렇다고 전작보다 CG 사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마법사의 월드컵'같은 트리위저드 대회에선 육(미로에서 탈출하기).해(수중에서 친구 구출).공(용과의 사투)에서 판타지 특유의 종횡무진 액션이 벌어진다. 달라진 점은 에피소드에 달린 '고리'다. 기둥 스토리와 동떨어져 '눈요깃거리' 혹은 '곁가지'에만 머물던 전작의 에피소드들과 4탄은 차갑게 결별한다. 대신 사건과 사건을 나름의 고리로 연결한다. 그래서 4탄은 1.2탄보다 자못 진지하고, 3탄보다 한결 경쾌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배우들도 여기에 한몫했다. 1탄을 찍을 때 열 살, 열한 살이던 에마 웟슨(헤르미온느)과 대니얼 래드클리프(해리포터)는 어느새 열다섯 살, 열여섯 살이 됐다. 18일 청바지를 잔뜩 내려 골반에 걸치고 하얏트 호텔 인터뷰룸에 들어서던 웟슨에게선 '숙녀티'가 물씬 풍겼다. 그녀는 "배우들이 실제 사춘기여서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쉬웠다"라며 "호그와트(영화속 마법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의 학창시절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웃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모두 7편. 2007년 5탄이 개봉될 예정이다. 이런 속도라면 완결편을 찍을 때 주역들은 대학생이 돼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동심 같은 마법'으로 승부를 걸 순 없는 만큼 스토리도, 마법사도 철들 만큼 철이 드는 4탄의 변신이 이해가 된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평균 제작비는 1억5000만 달러(약 1560억원). 국내에선 1탄이 430만 명, 2탄이 410만 명, 3탄이 27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4탄의 성적표가 궁금하다.

도쿄=백성호 기자

전쟁 피해 시골 간 4남매
우연히 마법의 나라로

나니아 연대기는 마법 세계인 '나니아'에 가게 된 모험심 강한 어린이들이 사악한 마녀를 물리치는 내용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상상력에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을 덧입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국의 C S 루이스가 쓴 원작 소설은 이미 영미권에서는 어린이들의 필독서로 통한다. 1950년 나온 뒤 지금까지 전세계 29개 언어로 번역돼 8500만 부가 넘게 팔려 나갔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이나 인형극 등으로 만들어진 적은 있지만 영화는 처음이다. 총 7권의 원작 중 두 번째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로 유명한 앤드루 애덤슨 감독의 실사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근교 한 호텔에서 만난 애덤슨 감독은 "여덟 살 때 처음 책을 읽고 한동안 나니아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며 "언젠가 영화로 옮겨보고 싶다는 꿈이 이뤄져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는 격렬하고 잔인한 싸움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이 영화는 전투 장면에서도 형제의 우정 등 정서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에겐 원작이 낯설 수도 있지만 영화를 즐기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40년대 초 네 남매가 런던에서 시골로 피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우연히 마법의 옷장을 통해 마녀가 지배하고 있는 나니아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마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지만 이내 사자 '아슬란'(수난과 부활의 이미지로 예수를 상징)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두고 모두 왕좌에 오르게 된다.

제작진이 가장 고심했던 점은 미노타우로스.켄타우로스.파우누스 등 신화에서 가져온 다양한 캐릭터들을 진짜처럼 표현하는 것이었다. 프로듀서인 마크 존슨은 "아슬란의 군대와 마녀의 군대가 맞붙는 장면에서는 2만 개 이상의 캐릭터를 배우의 몸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하거나,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제작했다"며 "실로 엄청난 작업이었다"고 토로했다. 그 결과 광고.마케팅비를 제외하고도 1억5000만 달러(약 1560억원)가 넘는 제작비가 들었다. '반지'의 음울한 분위기와 달리 원색의 캐릭터들은 동화적인 느낌을 훨씬 강하게 풍기고 있다.

후속작에 대해 존슨은 "현재 원작의 네 번째 이야기인 '캐스피안 왕자'를 시나리오로 만들고 있지만 우선은 이번 영화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런던=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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