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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도 신혼집 가장 걱정 … 미국선 부부가 월셋집 마련, 일본은 부모가 돈 대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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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결혼한 박모(31)씨는 준비 과정에서 “결혼의 가장 큰 문제는 신혼집 마련”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자고 다짐한 후 발품을 팔아 300만원 정도인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를 180만원에 해결했고 신혼여행도 자유여행으로 준비해 비용을 절감했다. 예식도 교회에서 치르고 주례도 생략해 비용을 절감했다.

 그러나 고생하며 아껴 모은 돈은 집을 구할 때 한꺼번에 나갔다. 박씨는 “전세를 구하는 데 억 단위의 돈이 드니 결혼식에서 100만~200만원 아낀 돈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집을 작은 데로 하거나 전셋값 협상을 잘 하면 결혼식은 충분히 넉넉하게 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조사한 결혼비용통계에 따르면 혼주와 신혼부부가 결혼비용 중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은 주택 마련이었다. 신혼부부 전세자금대출이나 임대주택이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려면 부모와 자녀가 동시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하객을 최소화하고 구청·시청 등 공공기관을 선택하는 ‘작은 결혼식’을 하더라도 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빚지지 않는 결혼은 사실상 힘든 셈이다.

 지난달 17일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만난 각국의 청년들에게 신혼부부의 주거 문제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신혼부부가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학원에서 공부 중인 영국인 크리스티 추(23·여)는 “자녀는 부모의 노후를 신경 쓰지 않고 부모 역시 자녀의 결혼이나 주거에 관여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성인이 되면 각자의 삶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영국의 신혼부부는 일반적으로 월셋집에 살고, 집을 사는 경우에는 신랑신부가 반씩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추는 “영국 역시 집값이 비싸 신혼부부들은 월세가 싼 근교 도시에서 런던으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 대니얼 에스파라자(25)는 “미국 집값은 주별로 천차만별이다. 신혼부부에게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 대부분 월셋집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에스파라자는 “대신 미국의 신혼부부는 싼값에도 재밌는 결혼식을 하기 때문에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야외웨딩은 물론이고 교회나 태권도장, 식당 등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얀 마수드(31·여·이스라엘)는 “결혼할 때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며 “2~3년간 부모님과 함께 살며 돈을 모은 다음 1억~2억원대의 집을 산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처럼 부모님이 결혼식과 주택 마련 비용을 지원한다. 대신 집값이 비쌀 경우 부모님과 같이 살기도 한다. 우에노 사키(22·여)는 “일본도 결혼비용이 부담돼 젊은 세대가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부분 부모님이 결혼비용을 부담하고 그게 어려운 경우는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태국이나 아제르바이잔에서는 부모님이 집을 직접 사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옐친 굴리예프(25·아제르바이잔)는 “결혼할 때 부모님이 2억~3억원대 집을 사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대신 자녀 부부가 부모님께 감사의 표시로 용돈을 드리는 게 문화”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채윤경·노진호·조혜경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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