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감주에 민감한 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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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3312억원을 팔아 치웠고, 올 1월에도 1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더니 지난 2월 순매수세로 흐름을 바꿨다. 특히 지난달 23일부터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주식을 사고 있다. 순매수 금액만 약 1조800억원이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각각 4179억원, 6222억원 순매도 했다. 지난 3일 코스피 지수는 기관과 개인의 ‘팔자’에도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5개월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기관과 개인이 파는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주는 형국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완화됐고 중국 금리인하·유럽 양적완화 등으로 돈이 풀려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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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업종은 화학·건설·자동차 등 경기민감주다. 대부분 지난해 4분기 이후 주가가 크게 빠졌다가 올해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에 주가가 들썩이는 업종이다.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은 외국인 러브콜 1위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3251억원을 순매수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세계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이 진정되며 주가도 오르고 있다. 4일 기준 주가는 22만9500원으로 연초 이후 27% 상승했다. 롯데케미칼도 외국인이 올 들어 2010억원을 순매수하며 6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대표적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건설업종에도 관심이 높다. LG화학과 현대글로비스 다음으로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이 삼성물산이다. 외국인은 2411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종목이라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4.06%)을 비롯해 삼성SDS·제일기획·삼성엔지니어링·제일모직 등 그룹의 상장사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식 중 상장사 지분가치만 12조원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종목이다. 연초 이후 2080억원어치 순매수 했다. 현대차도 저평가 종목으로 꼽힌다. 주가는 4일 기준 16만3500원으로 연초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자동차 판매량이 줄면서 실적이 부진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려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종목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이창목 센터장은 “대체로 증시가 오를 때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의 수익률이 뛰어났다”며 “외국인 투자자를 좇아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은 큰 변수다. 미국 출구전략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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